버스기사 9명,산타옷입고 핸들 「훈훈한 웃음」선사

  • 입력 1997년 12월 21일 20시 43분


산타할아버지가 서울 도심 한가운데 나타났다. 루돌프 사슴 대신 시내버스를 몰고…. 선물은 넉넉한 웃음이 전부. 20일 밤 10시경 서울 종로구 평창동 유성운수 소속 135―3번 시내버스 차고지. 「산타운전사」 고창언(高昌彦·65)씨가 이날의 마지막 운행에 나서기 위해 빨간 옷 빨간 모자 하얀 수염의 「유니폼」으로 갈아 입느라고 바쁜 손길을 놀린다. 평소같으면 쏟아지는 피로를 주체할 수 없는 시간. 그러나 핸들을 붙잡은 고씨의 손놀림은 경쾌하기만 하다. 조계사앞 정류장. 한 무리의 승객이 차에 올라 타다 고씨를 보고는 흠칫 놀란다. 그러나 표정은 이내 흐뭇한 미소로 바뀐다. 『어머나 산타클로스 오셨네』 『아이구 산타할아버지. 수고 많으십니다』 어린아이처럼 반색을 하는 50대주부, 서로 마주보며 키득거리는 여고생들, 수고한다는 말을 던지는 중년의 남자…. 버스가 종로1가에 도착했다. 앞문이 열리자 다른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10대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른다. 『와 산타다』 『산타 할아버지 메리 크리스마스』 손을 흔드는 10대들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로 화답하는 고씨. 백미러 속의 고씨 얼굴은 연신 싱글벙글이다. 가까이 다가와서 물끄러미 고씨를 바라보다 시선이 마주지차 얼른 엄마 있는데로 내빼는 꼬마녀석, 신기한듯 수염을 만져보는 어린이, 아이들에게 나눠주려고 준비한 사탕을 하나만 달라고 조르는 20대후반의 여성…. 고씨는 이날부터 동료기사 9명과 함께 산타클로스 유니폼을 맞춰입고 핸들을 잡았다. 버스기사들이 불친절하다는 인식을 깨보자는 의도에서 나온 회사측의 아이디어였다. 25일까지 계속할 계획이다. 『처음에는 과연 효과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너무 반응이 좋으니까 친절도 절로 배어나오는 것 같아요. 오늘은 난폭운전이나 신호위반은 꿈도 못꾸었습니다』 불경기로 거리에는 캐럴이 자취를 감췄지만 산타운전사가 모는 「루돌프 버스」에는 흥겨운 캐럴과 미소가 넘쳐 흘렀다. 〈금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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