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 보석]판사들,「형평성」논란 잇따라

  • 입력 1997년 11월 4일 19시 53분


김현철(金賢哲)씨를 보석으로 석방한 서울고법 형사10부에는 3일에 이어 4일에도 시민들의 항의전화가 잇따랐다. 그러나 보석결정을 한 권광중(權光重)부장판사 등 3명의 판사는 『여론의 반대를 충분히 예상하고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재판부는 보석신청이 들어온 지난달 23일부터 보석허가여부를 놓고 법과 여론 사이에서 적지않은 갈등을 느껴왔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판사들은 인터넷을 통해 미국 등의 조세포탈죄 관련 판례를 수집하고 이 분야에 밝은 대학교수들에게 1심이 인용한 일본 이외의 다른 나라 판례에 대해서도 자문을 했다. 이들은 주말인 1,2일에도 사건기록 등을 집에 들고가 검토한 끝에 3일 오전 『충분한 심리기간이 필요하고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의 비자금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유보 결정 등과 형평성을 고려해 불구속상태에서 재판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결론지었다는 것. 보석결정에 대해 일선 판사들은 『조세포탈죄가 이번 사건에 처음 적용된 만큼 범의(犯意) 등에 대해 신중한 심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판사들은 보석결정 이유의 하나인 「형평성의 문제」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를 나타냈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정치인의 조세포탈이 한번도 기소된 적이 없고 검찰도 정치인의 비자금 수사를 유보한 상황에서 재판부가 형평성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은 오히려 솔직한 태도가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한 부장판사는 『김총재의 경우 의혹만 제기됐을 뿐 실제로 혐의가 입증되지도 않은 상태』라며 『두 사건을 같은 차원에서 비교해 형평성을 고려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권력형 부정비리사건이 온당하게 처리돼야 단순 수뢰공무원들이 법정에서 형평성을 문제삼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갑·신석호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