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에서 고교 2학년에 재학중이던 L양(18)은 「답답한 학교생활」을 이유없이 거부하고 싶은 사춘기 소녀였다.
지난 4월 무작정 상경, 서울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고 있을 때 말쑥한 옷차림에 예의바른 하모씨(25)가 접근해왔다.
친구 자취방에 머물면서 만나기를 3개월. L양은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끌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하씨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선배가 있는데 그곳에서 일해 보겠느냐』고 물어왔다. 일자리를 찾던 L양은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L양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하씨와 함께 만난 「선배」에게 이끌려간 곳은 레스토랑이 아니라 인천에 있는 속칭 「옐로하우스」란 사창가였고 그 선배는 「포주」였다는 것을…. 하씨는 1천3백여만원을 받고 자신을 팔아넘긴 것이었다.
반항할 때마다 두들겨 맞으면서 강제로 낯선 남자에게 몸을 내주는 지옥같은 생활이 이어졌다.
10여일이 지났을까. L양은 평소 자신을 지키던 2,3명의 남자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고 도망쳐 나왔다.
서울에 있는 한 친구를 찾아갔다. 몸을 추스르며 일주일을 방안에서 보냈다. 하지만 되찾은 자유는 오래가지 않았다.
하씨에게서 호출이 왔다. 「혹시 그 남자는 모르는 일이었는지도 몰라」. 순진한 기대였다. 약속장소에 도착한 L양은 기다리고 있던 「선배」에게 또다시 붙들리고 말았다.
며칠 동안 두들겨 맞은 L양은 전남 금산섬에 있는 티켓다방으로 팔려갔다. 이번에는 도망갈 길도 없었다. 3,4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지키고 있는 부두에는 얼씬도 할 수 없었다.
또다른 티켓다방으로 넘겨진 L양은 우연히 만난 한 남자를 통해 가까스로 경찰에 구출될 수 있었다.
L양은 2일 오후 연락을 받고 온 아버지를 따라 고향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흘러간 시간은 결코 되돌릴 수 없었다.
〈신치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