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수사 뒷얘기]『도박 리스트에 거물급 대거 포함』

  • 입력 1997년 8월 21일 20시 32분


재벌2세와 연예인 등 일부 부유층의 해외 카지노 도박 수사는 지난달 1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미라지호텔의 한국인 고객담당 최로라씨를 검거하면서 본격화했다. 최씨는 당시 국내고객 40여명의 이름과 전화번호 및 이들에게서 받을 도박빚 액수가 적힌 리스트를 갖고 입국, 서울 강남의 고급호텔에서 수금을 하다 현장에서 검찰에 붙잡혔다. 최씨의 리스트에는 지난달 31일 구속된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의 둘째아들인 상아제약 회장 源根(원근)씨와 대전 동양백화점 부회장 吳鍾燮(오종섭)씨 등 기업인들을 비롯, 전직 정치인과 연예인 방송국PD 조직폭력배 등이 들어 있었다. 이들의 평균 도박빚은 20만∼30만달러(약 1억8천만∼2억7천만원)이며 리스트에 기록된 도박빚 총액은 1천2백만달러(약 1백8억원). 그러나 이는 한국인들 전체 도박액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검찰의 분석. 미라지호텔의 경우 최로라씨와 마카오 리씨 등 3명의 한국인 마케팅 책임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라스베이거스의 5, 6개 호텔이 한국인고객 전담자를 고용해 성업중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이들 호텔 카지노는 한국인 고객의 신용상태를 점검한 뒤 최고 5백만달러(약 45억원)까지 도박자금을 빌려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카지노측은 또 고객이 귀국하면 담당직원인 최로라씨 등을 직접 국내로 보내 도박빚을 받아왔다. 지난해 10월에도 재미교포 수금책 1명이 입국해 5억8천여만원을 받아갔다. 검찰관계자는 『한국인들이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으로 날리는 돈은 연간 약 15억달러(약 1조3천억원)나 된다는 정보가 있으며 이는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총매출액의 20% 이상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최로라 리스트」에 오른 40여명중 이미 수사가 끝난 인사들외에 다른 사람들의 신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검찰 주변에선 모그룹 회장과 언론사 간부, 유명 연예인 C씨, 전직 국회의원 등이 거명되고 있으나 검찰은 일단 『리스트에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누구나 알만한 거물이 5명 이상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로라씨의 장부 외에도 그의 수첩과 진술 등을 통해 수십명의 명단을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자신의 이름이 혹시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는지 걱정하는 인사들이 최씨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변호인을 선임, 최씨를 만나려고 시도하며 수사상황을 알아보고 있다고 검찰은 귀띔. 한국인 고객들은 최근 수사가 시작되자 미라지호텔측에 『고객관리를 어떻게 하느냐』며 거세게 항의, 호텔측이 항의 방문단을 한국정부에 보내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검찰 관계자가 전했다. 〈이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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