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이른바 사장공채제도가 더러 「실험」되고 있으나 정착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사장을 공채해 경영을 맡겨보다 오너체제로 되돌아가는 기업도 많기 때문.
지난 94년 사장공채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대웅제약은 최근 사장공채를 포기하고 오너경영체제로 되돌아간 사례. IBM 출신의 전문경영인 徐致榮(서치영)사장은 3년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2년만에 물러났다.
표면적으로는 컴퓨터업계 출신이라 제약회사 경영에는 맞지 않았다는 이유였지만 실제로는 尹泳煥(윤영환)회장이 경영권을 쥐고 놓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약사 출신으로 수십년간 제약회사를 경영해온 윤회장은 서사장에게 일반관리만 맡기고 영업은 자신이 직접 관장했다는 것. 결국 공채사장이 배겨나지 못하고 지난 4월 윤회장의 셋째아들인 在勝(재승)씨가 사장자리에 올랐다.
이에 앞서 지난 91년 파스퇴르유업도 한때 공채 사장을 영입했으나 1년도 못돼 원상태로 복귀했으며 일부 제약회사들도 사장공채에 나섰으나 결과는 마찬가지.
최근에는 신동방그룹이 건풍제약을 인수하면서 공채를 통해 柳武永(유무영)전 제일제당전무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신동방그룹은 대웅제약 등의 전례를 교훈삼아 유사장에게 경영전권을 맡기겠다고 약속했다.
또 LG그룹은 재벌그룹으로는 처음으로 올해 설립할 인터넷PC통신의 사장을 공채하겠다고 나서 지원자가 30명이나 몰렸다. LG그룹은 정보통신분야에는 젊고 창의력이 뛰어난 인재가 필요한 만큼 능력있는 전문경영인을 뽑아 경영권을 위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S그룹의 한 임원은 『사장공채제도는 전문경영인을 양성한다는 차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오너가 믿고 전권을 맡기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며 『오너가 자금에서 마케팅까지 일일이 챙기는 지금의 경영스타일 아래서는 꽃피우기 어려운 제도』라고 말했다.
〈이영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