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가족 의혹 정리를” 金여사 특검 압박… 尹, 별도 언급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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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李 첫 회담]
金여사 의혹-채 상병 특검법
李 ‘채 상병 특검법’도 수용 촉구
비공개회의서 특검 관련 논의 없어… 대통령실 “李 모두발언서만 언급돼”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9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15분간 이어진 회담에서 이 대표가 제기한 12가지 의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 대표의 15분 분량의 모두발언에 대해 윤 대통령이 비공개 회동에서 답하는 식이었다. 두 사람은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 ‘이태원참사특별법’ 등 주요 특검 및 특별법을 비롯해 민생회복지원금 등에 대해선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다만 의료개혁과 연금개혁의 필요성 등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했다. 》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특검법 수용을 압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에서 이에 대한 별도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비공개 회의에서 그 부분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했다. 이 대표가 김 여사를 직접 지칭하지 않고 ‘주변 인사’라고 언급한 이유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통령 가족과 주변인을 다 포괄적으로 포함해서 ‘주변’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21대 국회 임기 중 처리하겠다고 벼르는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수용도 촉구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채 해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며 “채 해병 특검법을 적극 수용해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한 것. 이 문제는 비공개 회담에서 시간상 논의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채 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모두 이 대표의 모두발언에만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민생지원 필요” “취약층 우선”… ‘전국민 25만원’ 입장차


민생지원금-전세사기특별법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 대표가 총선 기간에 공약한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 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 골목상권이나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크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수석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물가 금리 재정 상황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금 상황에선 어려운 분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답변했다”고 했다. 보편 지급보다는 선별 지원에 무게를 실은 것. 이 수석은 “논의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소상공인 지원방안, 서민금융 확대방안, 전세사기특별법 피해자 지원 방안 등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제기하는 부분은 추가 지원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을 먼저 시행하고 필요한 경우 협의해 시행 여부를 논의하자는 취지로 논의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민생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 정책적 현안이라는 데에도 인식을 같이했다”면서도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당 야당 간에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우리 당이 가장 역점적으로 주장했던 것이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한 보편 지급이었는데, 윤 대통령이 ‘국가 재정이나 인플레이션 등이 우려된다’며 단칼에 잘랐다”고 했다.

두 사람은 연구개발(R&D) 예산 증액과 관련해서도 뚜렷한 입장차를 보였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R&D 예산 복원도 내년까지 미룰 게 아니라 가능하면 민생 지원을 위한 추경과 함께 한꺼번에 처리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비공개 회담에서도 “R&D 예산 삭감에 따라 석박사 연구보조금 문제가 크다”며 복원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R&D 자금은 국가경쟁력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며 R&D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향후 R&D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尹 “이태원 손배소 1심 판결에 항소 안할것”


이태원 특별법-거부권 행사
“조사위 영장청구권 등 특별법 문제
해소된다면 무조건 반대 아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세 차례 언급하며 윤 대통령에게 수용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1월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이태원참사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으며, 민주당은 다시 국회로 돌아온 특별법을 5월 임시국회 내에 재표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이태원참사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해주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으로,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에서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방지책, 그리고 피해자 유족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 “다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에서 영장청구권을 갖는 등 법리적 문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해소하고 다시 논의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이도운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의 국가 책임을 묻는 민형사 재판이 진행 중인 데 대해 “1차 판결에 대해 유가족이 동의하면 국가는 더 이상 항소하지 않을 생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李 “의료개혁 적극 협력”… 연금개혁 법제화 시점은 이견


의정갈등 해법-연금개혁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의료개혁 및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대통령께서 결단해서 시작한 의료개혁은 정말로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고 평가하며 “그런데 의정 갈등이 계속 심화되고 있어서 꼬인 매듭을 서둘러 풀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확대 같은 의료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할 주요 과제이기 때문에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해법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제안한 국회 공론화 특위에서 여야와 의료계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 같다”며 민주당 주도를 강조했다 .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의료개혁과 의대 증원이 불가피하고 의료개혁 방향은 윤 대통령의 방향이 옳다, 협력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연금개혁 문제에 대해 속도를 내야 한다는 데에도 의견을 함께했다.

다만 법제화 시점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이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 “이제 대통령이 선택하고 결정할 일만 남았다”고 신속 입법을 촉구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이 최근 공론화위가 내린 결론에 대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유보적인 것에 대해 대통령실의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그렇지 않아도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에게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는데,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논의가 어렵고 22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답이 왔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재명#윤석열 대통령#더불어민주당#특검#특별법#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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