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포 수출 확대하고 전투기 엔진 개발까지… ‘방산-우주-항공’ 아우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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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자주국방]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자주포와 K10탄약운반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K9자주포와 K10탄약운반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디펜스에 이어 작년 4월 한화방산을 합병했다. 항공·우주·방산을 아우르는 ‘글로벌 초일류 혁신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확보한 것이다. 그동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수출을 강화하며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은 물론 국내에선 대한민국 공군의 주력 항공기 엔진 생산까지 담당하며 국책사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누리호 발사를 비롯해 다양한 우주 관련 산업에도 관여하고 있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 한화시스템이 불법 드론을 탐지·추적해 포획하는 ‘안티드론’ 시스템 시연에 최근 성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군비 확장 중인 폴란드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맺은 K9 자주포, 다연장 유도무기 천무 수출 계약 규모는 8조 원을 넘어섰다. 폴란드와 K9 2차 실행계약이 완료됐고, 천무 2차 실행계약 체결도 전망된다.

K9 자주포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9개국이 운용 중인 무기다. 수출 시장 점유율 50%를 넘긴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예정된 계약 물량이 원활하게 수출되면 점유율이 70%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수출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해외 현지 법인과 지사를 거점으로 수출 확대에 나서겠다는 것. 이를 통해 K9과 천무 등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자체 개발한 보병전투장갑차(IFV) ‘레드백’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그 결과 미래형 궤도장갑차인 레드백을 앞세워 호주 정부의 보병전투장갑차 도입 사업에 선정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수출용으로 최초로 기획·개발한 무기 체계인 레드백은 자주포와 장갑차 등 지상장비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으로 개발됐다. 통상 국내 군의 소요에 맞춰 개발하는 것과 달리 처음부터 해외 수출을 목표로 상대국이 요구하는 사양을 빠른 시일 내에 맞춰서 전략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수출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이번 계약으로 레드백은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건설 중인 H-ACE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H-ACE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호주형 K9 자주포인 ‘헌츠맨 AS9’과 탄약 운반차인 ‘AS10’을 생산하는 곳으로 올해 완공을 앞두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안보 수요가 급증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하면서 현지 방위산업도 육성하기 위한 협력 관계도 구축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 ‘WDS 2024’ 기간 중 사우디 국가방위부와 방산 협력을 위한 3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화는 이번 MOU 체결에 따라 장갑차 등 지상무기 체계부터 로봇 및 위성을 활용한 감시정찰 체계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우디의 중장기 획득 계획에 참여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군수품의 50%를 현지 생산하겠다는 목표로 방위산업을 육성하는 사우디와의 협력도 확대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분야의 무인화도 집중하고 있다. 다목적 무인 차량인 ‘아리온스멧’은 미국 국방부의 해외비교성능시험(FCT) 대상 장비로 선정 후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초부터 3주간 미국 하와이 오아후섬 해병대 훈련장에서 아리온스멧에 대한 본시험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아리온스멧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16∼2019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민군 기술협력 사업으로 개발한 보병 전투지원용 다목적 무인 차량이다. 물자운반, 환자후송, 감시정찰, 원격수색, 근접전투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충전 방식으로 1회 충전 시 100㎞ 이상을 달릴 수 있다. 또한 1.1㎞ 이내에서 리모컨으로 동작하는 원격주행과 사람이나 차량을 따라가는 종속주행, 장애물 회피 등을 포함한 반자율주행을 할 수 있으며 통신 두절 시 자율 복귀 기능도 지원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야지 자율주행과 같은 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최근 카이스트와 한양대에 Autonomy HUB, E-Drive HUB 등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형 위성발사체(KSLV-Ⅱ) 누리호 고도화 사업 총괄 주관 제작사로 선정돼 작년 5월 25일 3차 발사 성공을 참관했다. 지난해 2차 발사에 이어 3차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는 2027년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관을 통해 총 3차례 추가 발사돼 우주기술 검증과 지상 관측 등의 임무 수행용 실용위성으로 활용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형 발사체 사업 초기 단계부터 발사체의 핵심 기술인 액체로켓 엔진, 터보펌프와 각종 밸브류 제작에 참여해 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민간 인공위성과 우주선, 각종 물자를 우주로 보내는 ‘우주 수송’ 사업 상업화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작년 4월 한화방산까지 합병하면서 발사체 역량을 더욱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최대의 민간 발사체 생산 시설을 짓는다. 누리호 체계 종합 사업자로서 독자적인 발사체 제조 인프라를 확보해 민간 주도의 우주경제 시대를 앞장서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월 전남 순천에서 발사체 제조 시설인 ‘스페이스허브 발사체 제작센터’(가칭) 착공식을 진행했다. 약 500억 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6만 ㎡(약 1만8000평) 규모로 건립되는 단 조립장에서는 2026년 발사 예정인 누리호 5호기는 물론 후속 신규 발사체들도 이곳에서 제작된다. 또 단 조립장을 중심으로 300여 개 누리호 참여 기업 및 연구개발 기관과 협력해 우주발사체 생태계 조성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뿐만 아니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F-15K 전투기, T-50 고등훈련기 등 대한민국 공군의 주력 항공기 엔진과 한국형 헬기 ‘수리온’의 국산화 엔진을 생산한다. 그만큼 항공기 엔진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과 위상을 갖고 있다.

특히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인 KF-21 ‘보라매’ 사업의 항공기 엔진 통합 개발을 주도적으로 수행했다. GE와의 기술 협약을 통해 엔진 부품과 주요 부품의 국산화도 추진하고 있다.

보라매·수리온 개발과 같은 대형 국책사업은 방위력을 강화한다. 또한 협력업체와의 동반 성장 및 기술력 향상으로도 이어져 대한민국 항공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군 함정에 들어가는 LM2500 등의 가스터빈엔진도 생산하고 있다.

한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 한화시스템은 북한 무인기와 같은 불법 드론을 탐지·추적해 포획하는 ‘안티 드론’ 시스템 시연에 성공하기도 했다. 한화시스템은 최근 국내 드론 전용 비행시험장과 육군보병학교 장성종합훈련장에서 소형 무인기를 잡아 무력화하는 안티 드론 시스템을 시험 완료했다. 한화시스템의 열상감시장비(TAS-815K 성능 개선형 모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달 지분을 투자한 미국 포르템 테크놀로지스의 드론 방어 시스템으로 레이다 반사 면적(RCS) 0.03㎡인 고정익 무인기를 3㎞ 밖에서 탐지했다. 이후 고도 300∼800m 상공에서 비행하는 무인기를 포획하는 데 성공해 통합 드론 감시·방어 시스템이 정상 작동한다는 사실을 검증했다.

주요 시설 및 인구 밀집 지역의 안전사고에 대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안정성이 뛰어나고 표적 드론을 원형 그대로 수거할 수 있는 ‘그물 포획형’ 드론 방어 시스템(C-UAS)을 보유한 포르템 테크놀로지스에 투자했다. 한화시스템은 자체 전자광학(EO)·적외선(IR) 드론 전용 센서 기술력 결합으로 이를 통합 운용한다.

조선희 기자 hee31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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