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만 최소 5번… 北, 러시아서 정유 받아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6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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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유조선이 러시아로부터 정유를 수송받기 위해 최근 최소 5차례 러시아 보스토치니 항을 드나든 것이 확인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정유 수송이 이뤄진 건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으로 정유 수출을 제한한 대북 제재를 채택한 이후 처음이다.

이날 FT가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로부터 공유 받은 위성 사진에 따르면 북한 유조선은 이달 7일을 시작으로 10일, 13일, 14일, 22일 보스토치니항에 방문했다. 이후 이 유조선이 북한 청진항에서도 발견됐다. FT는 “이 선박들이 모두 러시아 석유회사가 운영하는 정박지에서 짐을 싣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보스토치니항을 드나든 유조선 중 1척은 북한이 지난해 12월 구매한 ‘백양산 1호’였다. 이 배가 북한이 유엔의 정유 제품 수입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실시한 선박 간 정유 이동에 관여했다는 점도 이미 드러났다. 조셉 번 RUSI 선임 연구원은 “북한 선박은 외국 항구에 입항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며 북한과 러시아가 유엔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7년 북한으로의 정유 수출 허용량을 연간 50만 배럴(원유는 400만 배럴)로 제한하는 대북 제재를 채택했다. 북한으로 정유를 수송하기 위해서는 유엔에 사전 보고된 사례에서만 가능하다. RUSI는 이번에 수송된 정유량이 연간 허용량의 4분의 1인 12만5000배럴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정유 수송은 북한이 러시아로 무기를 수송한 뒤에 이뤄졌다. 앞서 RUSI는 지난해 8월에도 러시아 선박이 북한 나진항에서 탄약 등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컨테이너를 싣고 러시아 두나이항으로 돌아간 모습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FT는 이를 두고 북한의 무기와 러시아산 정유의 ‘물물 교환’이 분명하다며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가 스스로 유엔 제재를 지키지 않는 ‘무법 국가(outlaw state)’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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