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기시다 서한 뒤 日 비난 자제하는 北…대일정책 계산법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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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1월 12일 10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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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총비서가 1월8일~9일 중요군수공장들을 현지지도하고 무기전투기술기재 생산실태를 요해(파악)하면서 전쟁 준비 태세를 엄격히 완비하기 위한 혁명적 방침들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총비서가 1월8일~9일 중요군수공장들을 현지지도하고 무기전투기술기재 생산실태를 요해(파악)하면서 전쟁 준비 태세를 엄격히 완비하기 위한 혁명적 방침들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이후 열흘 넘게 일본을 향한 비방을 자제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지진 피해 위로전문을 보낸 것과 연관이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지진 발생 이튿날인 2일부터 12일까지 일본을 비난하는 내용의 논평이나 기사가 실리지 않고 있다. 일본의 지진 피해 상황을 전하는 기사만 종종 게재되고 있다.

신문은 최근 국제 소식을 전하는 6면에서 작년부터 한국과 미국, 일본을 비난하는 각종 논평과 기사, 기고문을 수시로 보도해 왔는데 유독 일본을 향한 비난만 갑자기 멈춘 것이다.

지진 발생 한 주 전(지난해 12월24~30일)까지만해도 신문에는 일본의 군비 확대, 무기 배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관해 직간접적으로 비난하는 기사가 5건이나 올라왔다. 거의 매일 일본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낸 것이다.

심지어 북한은 지난해 연말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선 한미일 3각 공조체제를 비난하며 일본을 미국 대북 적대정책의 ‘졸개’, ‘충견’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지진이 일어난 당일 1일에도 신문은 6면 ‘안팎으로 비난과 규탄을 불러일으키는 일본 반동들의 군사대국화 책동’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기간 또 다른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나 우리민족끼리, 조선의오늘, 내나라 등 대외 선전매체에서도 같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 총비서는 지난 5일 기시다 총리에게 ‘각하’란 표현을 써가며 지진 피해를 위로하는 서한을 보냈다. 일본의 자연재해에 관해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일본의 총리에게 위로 서한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김 총비서가 이례적으로 위로전문을 보낸 것은 일본과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북한에 대한 ‘조건없는 대화’를 제안해 왔다. 지난해 5월에는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김 총비서와 대화하겠다고 밝혔고, 박상길 북한 외부성 부상은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반응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제3국에서 두 차례 비공개 접촉이 이뤄졌다는 일본 언론 보도도 있었다.

기시다 총리가 적정 시기에 김 총비서에게 답신을 보내면 자연스럽게 고위급 대화의 가능성이 열릴 수도 있다. 북한의 노림수는 물론 경제제재 완화 혹은 해제를 통한 경제적 이득이다.

특히 다음달 북한이 일본을 오가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를 치러야 하는 만큼 양국 간 접촉 기회도 충분하다. 3월에도 2026 북중미 월드컵 남자 축구 최종예선전이 북한과 일본을 오가며 치러질 예정이다.

북한은 일본과의 교류를 통해 한미일 3국의 대북제재 공조 약화를 노릴 것으로도 보인다.

일각에선 김 총비서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대비해 기시다 총리를 만나 전략적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북한과 핵 군축 협상을 시작할 경우를 대비해 일본과도 대화 채널을 열어둔다는 것이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의 핵 폐기를 포기하고 핵 군축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지만, 문제는 북한의 핵 위협을 받아야 하는 한국과 일본이 강하게 반발한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북한은 일본이 반발하지 않도록 사전에 관계 개선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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