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혼밥’ 언급한 尹 “친중 정책으로 얻은게 뭐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3일 19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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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진행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지난 정부에서 친중(親中) 정책을 폈는데 중국에게 얻은 것이 무엇이 있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윤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방문 당시 미 의회 연설 6·25전쟁 때 미군이 중공군에 승리한 ‘장진호 전투’를 언급한 대목에서 의원들이 박수를 쳤던 걸 언급하며 “한미일 관계가 더욱 공고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 “文 시절 중국이 대한민국 예우해줬나”
3일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만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 것만큼 중국이 대한민국을 예우해줬느냐”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친중국 행보를 펼쳤지만 2017년 방중 당시 ‘혼밥’ 논란이 이는 등 중국으로부터 별다른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취지다. 한 참석자는 “윤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 당시 하루에 2, 3시간 자면서 일정을 소화했다는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문재인 정부의 친중 외교 이야기가 나왔다”며 “윤 대통령의 중국 관련 발언에 문 전 대통령의 혼밥 사례도 언급됐지만 윤 대통령이 이를 중국의 ‘외교적 결례’라고 표현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사례를 언급하며 ‘중국의 대한민국 예우’를 거론한 것을 두고 여권에서는 “전임 정부처럼 중국에 저자세로 나가지 않고 당당한 외교를 펼치겠다는 구상이 담긴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오찬에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안보리 대북 제재에 전혀 동참하지 않으면 우리보고 어떻게 하라는 얘기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이날 만찬에서 “미 의회 연설에서 장진호 전투를 언급했을 때 미 여야 의원들이 일어나 박수를 쳤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미 의회 연설에서 “미 해병대 1사단은 (한국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에서 중공군 12만 명의 인해전술을 돌파하는 기적 같은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 연설을 두고 중국이 “항미원조 전쟁에서 중국의 위대한 승리를 거둔 것”이라며 주장하며 윤 대통령의 연설을 비난하고 나섰지만 윤 대통령은 재차 장진호 전투 대목을 언급하며 한미 동맹을 강조한 것.

● 中 트집에도 “장진호 전투 언급 때 가장 큰 박수”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윤 대통령이 “한미일 동맹”이란 표현을 썼다는 얘기도 일부 참석자 사이에서 나왔다. 한 참석자는 “윤 대통령이 순방 성과를 설명하며 ‘한미뿐 아니라 한일와 미일이 가까워지면 한미일 동맹으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반면 다른 참석자는 “한미일 3각 협력을 더 강화하겠다는 얘기지, 한미동맹처럼 군사적 동맹을 뜻하는 ‘동맹’이란 표현은 쓰지 않았다”며 “한미일 3국의 안보 공조가 겨냥하는 대상은 윤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짚어 말하진 않았지만 결국 북한과 중국 아니겠느냐”고 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한미일 동맹”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총장으로 일할 당시 정권에 반하는 수사를 펼쳐 정치적 압력을 받았던 것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에 이어 월성 원자력발전소 사건을 수사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압력이 가장 거세졌다”며 “결국 탈(脫)원전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 하고 검찰을 나와야 했다”고 했다. 이에 한 의원이 “그 덕에 대통령이 되셨다”고 하자 만찬장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한 참석자가 “최근 사법부의 정치적 편향성 때문에 여당이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따른 것이다.

만찬에서는 미국 국빈 만찬 중 윤 대통령이 팝송 ‘아메리칸 파이’를 불러 큰 화제가 됐던 것도 대화 테이블에 올랐다. 당시 노래를 끝까지 다 부르지 않은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은 농담조로 “더 많이 부르면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할 것 같아 정무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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