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회복에 ‘비대면 진료’ 표류하나…국회서 막힌 제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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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30일 11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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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 재택치료지원센터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대상 원격 치료 상담을 하고 있다. 2021.11.24 뉴스1
2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 재택치료지원센터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대상 원격 치료 상담을 하고 있다. 2021.11.24 뉴스1
정부가 전날(29일) 밝힌 코로나19 위기 단계 조정 로드맵이 계획대로 이행될 경우 ‘심각’ 단계의 위기 경보 상황에서 한시 허용된 비대면 진료는 5월 중 금지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단계 조정 전에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국회 보건복지위 의원들 사이에서 반대 여론이 형성돼 제도화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정부 “비대면 진료, 고령층 건강 증진에 기여” 제도화 의지 분명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낸 조정 로드맵에 따라 이르면 5월 코로나19의 위기 단계가 현재 ‘심각’에서 ‘경계’로 낮춰진다.

이렇게 되면 비대면 진료는 법적 근거를 잃는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심각’ 단계 이상의 위기 경보 발령 시 한시적으로 허용된 상태다.

정준섭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팀장은 전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된다면 현행법에 따른 비대면 진료는 종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에서 의료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비대면 진료가 여전히 필요한 환자들이 중단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조속한 심의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진료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고령층의 건강 증진에 일부 기여할 수 있고, 이용자들의 반응도 좋을뿐더러 심각한 의료사고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회 복지위 제1법안소위는 지난 21일 비대면 진료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 논의 끝에 의결하지 않고 보류했다.

강병원·최혜영·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 등을 심사한 소위의 대다수 의원은 여야 막론하고 제도화에 맹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약사 출신인 전혜숙·서영숙 민주당 의원과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선봉에 서서 제도화를 비판했다. 대한약사회도 약물 오남용 등을 이유로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에 반대하고 있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전혜숙 의원은 “법안을 보니 옛날 민간의료보험과 영리병원 활성화를 시작했던 18대 국회가 생각한다. 의료라는 것은 안전이다. 건강이나 안전 관련된 것은 불편해야 한다”고 했다.

비대면 진료 수가에 대해서도 의원들 사이에서, 또 각계에 견해차가 있다.

현재 비대면 진료 수가는 기존 진찰료는 전화상담 관리료 30%를 더한 130%인데 대한의사협회는 대면 진찰료의 150%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소위에서는 현재보다 수가를 더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약준모)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약배송 중단을 촉구하며 전국약사 대정부 투쟁 집회를 하고 있다. 2022.5.22 뉴스1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약준모)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약배송 중단을 촉구하며 전국약사 대정부 투쟁 집회를 하고 있다. 2022.5.22 뉴스1


◇초진 포함 여부, 수가 문제, 약 배송 촉발…제도화 자체에 차질

국회 내 논의는 시일이 걸릴 예정이라 비대면 진료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업계는 제도화에 공감대를 갖으면서도 구체적인 방향성에 이견이 있었는데 의원들의 반대부터 맞닥뜨렸다.

플랫폼 업계는 그동안 재진만 비대면 진료로 허용한 법안이 통과될까 전전긍긍했다. 정부 방침도 재진 환자와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보조적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었다.

플랫폼 업계 자체 분석 결과, 플랫폼 이용자의 99%가 감기 등 경증 질환을 급히 진료받으려는 초진 환자였다. 업계는 재진으로만 한정된다면 사실상 80%가량의 업체가 도산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난관에 봉착하자 정부는 제도화의 당위성과 타당성을 국회 복지위 의원들에게 적극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지난 23일 복지위 전체 회의 중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입법을) 빨리 좀 부탁드리겠다. 위기 단계가 떨어지면 못 한다. 자료를 만들어 소상히 설명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국민 4명 중 1명이 비대면 진료 경험이 있는 작금의 상황에 허용 여부를 놓고 찬반 논쟁을 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연합회는 소위가 심의를 보류한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국회는 초진 포함 여부, 의료수가 문제, 약 배송 허용 등에 대한 논의는 제도화 이후로 미루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은 환자와 의사 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법적 근거를 신설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환자단체들은 법안소위가 의료법 개정안들을 차기 회의에서 반드시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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