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남북연락사무소 대폭 축소… 대북 연락 기능만 남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文정부 신설 교류지원과 폐지
통일부 이르면 이달 조직개편

정부가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이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관련 조직을 대북 연락 기능만 남기고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 때 신설됐던 교류지원과를 폐지하는 등 통일부 조직 개편이 이르면 이달 중 단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도발 국면이 계속되면서 통일부가 정부의 국정 기조에 맞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을 재정비하겠다는 것이다.

2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과 통일부, 행정안전부는 통일부 조직 개편을 위한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필요한 기능을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잘 안되는 기능은 효율화할 필요성이 있어 선택과 집중의 차원에서 여러 조직을 들여다보고 있다.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개편 대상이 될 조직으로는 통일부 교류협력실 아래 교류지원과와 통일부 소속 기관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 등이 검토되고 있다.

통일부는 2018년 4·27판문점 선언 이후 그해 9월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소하고 서울에 사무처를 설치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는 2020년 6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후 기존 판문점 연락채널을 대신해 북한과의 하루 두 차례 개시·마감 통화를 담당하고 있다. 대북 연락 외 교류 협력 기능들이 유명무실화된 만큼 조직을 통폐합 등 축소해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폐지가 검토되는 교류지원과는 2020년 남북 교류협력 과정에 필요한 통계관리, 물자관리 등 교류협력 절차와 제도를 지원, 보강하기 위해 신설됐다.

北, 이산가족협력 등 외면… 통일부 ‘北인권업무’ 강화


남북연락사무소 대폭 축소

北, 3년전 개성사무소 일방 폭파
尹, 올초 통일부 재조직화 지시
정부 “남북협력 여지 닫는건 아냐”


정부가 통일부의 조직 개편을 검토하고 나선 건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강조됐던 남북 교류협력 분야의 실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남북이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남북회담·교류협력 등 기능이 약화된 조직을 재정비하겠다는 것. 이와 동시에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중·장기 통일전략 구상, 정세 분석, 북한 인권 분야 조직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 “최소한 대북연락 기능 남기고 축소 가닥”
현재 운영교류부와 연락협력부 등 두 개 부서로 이뤄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는 대북연락 외에도 평화 정착 협의나 남북 당국 간 정치·군사, 경제·사회·문화예술 등 분야의 협의 및 합의사항 이행을 지원하는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다만 2020년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개성 연락사무소 인력을 철수한 뒤 그해 6월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조직 기능이 상당 부분 약화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사무처는 2021년 7월 북한이 연락선을 복원한 뒤론 매일 두 차례 대북 정기 연락을 현재까지도 해오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 정부의 방역, 수해, 이산가족 협력 등 제안엔 계속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부서 세 개를 두 개로 바꾸는 등 사무처 인원을 계속 줄이고 있다”면서 “최소한의 대북연락 기능만 남기고 조직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편)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아예 연락 기능을 다른 조직으로 옮기고 조직을 폐지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폐지가 검토되는 교류지원과 역시 2020년 당시 문재인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던 시기에 교류협력국을 교류협력실로 확대 개편하면서 분야별 교류협력 조직들을 지원하기 위해 신설됐다. 다만 이 같은 개편 방향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교류협력 등에 대한 중요도가 낮아진 건 아니고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차원”이라면서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여지마저 닫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 북한인권-중장기 통일전략 관련 조직 강화될 듯
이번 조직 개편 방향은 올해 1월 말 통일부 업무보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마무리 발언에 잘 드러나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전체 직원이 600여 명 된다는데 업무가 좀 바뀌면 유연하게 과제 중심으로 재조직화해서 일을 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북한 인권 문제의 실상을 알리는 게 중요하고, 냉철한 판단에 기반한 통일 준비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의 대북정책 구상 분야도 강화되고 있다. 통일부는 28일 자유·인권·소통·개방 등 ‘자유민주적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신(新)통일미래구상’ 자문을 담당할 통일미래위원회를 발족했다. 지난해 12월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일 경우 대규모 경제 지원에 나선다는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 등을 기획, 수립하는 통일미래전략기획단을 장관 직속으로 설치하기도 했다. 아울러 통일정책실 밑에 대북·통일정책과 관련한 남남(南南)갈등 해소, 통일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참여소통과를 신설한 바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남북연락사무소#통일부#이산가족협력#대북 연락 기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