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羅 저출산委 사퇴를”…羅측 “퇴로 없으면 당대표 출마”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9일 21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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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나경원 전 의원에게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위촉장을 수여하는 모습. 나 전 의원은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내가 당 대표가 돼야겠더라”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나경원 전 의원에게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위촉장을 수여하는 모습. 나 전 의원은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내가 당 대표가 돼야겠더라”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거 도전을 고민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한 대통령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관계자들은 9일 앞서 연일 내놓은 나 전 의원에 대한 고강도 비판이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라며 “나 전 의원이 거짓말을 했다. 선을 넘어 신뢰가 무너졌다”고 맹비난했다. “당 대표 선거를 나가려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날 공개 일정을 취소한 나 전 의원은 대통령실을 향한 맞대응은 자제한 채 당 대표 출마에 대한 숙고를 이어갔다. 나 전 의원은 10일 국민의힘 제주도당에서 특강을 하며 대통령실과 갈등이 불거진 6일 이후 4일 만에 첫 공식 석상에 서려 했지만 제주도당의 갑작스러운 취소 결정으로 무산됐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과의 갈등 장기화는 부담인 만큼 나 전 의원이 이번 주 내로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대통령실 “자기정치하려면 자진 사퇴하라”
6일 안상훈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의 긴급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연일 나 전 의원을 성토하고 있는 대통령실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의 자기정치에 실망했다”라는 반응을 내놨다. 대통령실은는 저출산고령화위원회의 정식 회의가 지금껏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는데 부위원장인 나 전 의원이 “부채 탕감 저출산 대책을 검토했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입장이다.

안상훈 사회수석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출산시 대출 탕감 발언과 관련해 정부 기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23.01.06. 서울=뉴시스
안상훈 사회수석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출산시 대출 탕감 발언과 관련해 정부 기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23.01.06. 서울=뉴시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나 전 의원과 관련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침묵이 참모들에겐 ‘나 전 의원은 상종할 사람이 아니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라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의 저출산위 부위원장 해촉에 대해서는 신중한 분위기다. “해촉이 자칫 나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신 대통령실 참모들은 “새빨간 거짓말”, “당 대표 선거에 나가려면 부위원장직을 관둬라” 등 일제히 나 전 의원을 성토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여권의 중량급 인사를 향한 맹공에 나서면서 윤 대통령과 나 전 의원의 관계도 재조명되고 있다. 나 전 의원과 남편 김재호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서울법대 82학번 동기로, 부부 모두 법대 동문인 윤 대통령과 대학 시절부터 가까운 사이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고, 나 전 의원이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2019년을 기점으로 사이가 서먹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 부장판사가 두 사람 사이를 중재하며 다시 교류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이 중책에 걸맞게 일을 해줄 줄 알았는데 그런 신뢰가 무너졌다는 게 아쉽다”고 했다.
● 羅측 “퇴로 없으면 출마할 수밖에”
나경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7일 오후 대구 중구 한방의료체험타운에서 열리는 토크콘서트를 앞두고 지역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12.7/뉴스1
나경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7일 오후 대구 중구 한방의료체험타운에서 열리는 토크콘서트를 앞두고 지역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12.7/뉴스1
나 전 의원은 이날 공식 일정을 취소하며 사흘째 정중동 행보를 이어갔다. 나 전 의원은 여전히 출마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권 인사는 “친윤(친윤석열) 진영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나 전 의원을 코너로 몰면서 오히려 출마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의 한 측근도 “(전당대회 무대에서) 퇴장할 명분을 주지 않는다. 퇴로가 없으면 (경선에) 나갈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는 “결국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한 여권 인사는 “대통령실이 연일 나 전 의원을 성토한 것은 당원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며 “현역 의원은 물론이고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나 전 의원을 돕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전당대회를 둘러싼 여권의 내분과 관련해 야당은 “노골적인 당무 개입”이라며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이날 “옛날 ‘3김(金) 시대’에도 저렇게 안했다. ‘ 봬는 게 없구나’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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