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외교가 이번 주말 첫 시험대에 오른다. 미국, 일본, 중국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장이 열리는 가운데 파열음을 최소화하고 대북 정책 공조라는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종섭 국방장관은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19차 아시아 안보 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 참가한다.
아시아 안보 회의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 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 주관으로 2002년부터 매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다자 안보 회의다.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아세안 등 아시아와 유럽 주요국 국방장관과 고위 군 관계자, 안보 전문가들이 참가한다.
이 장관은 회의 기간 중 한미, 한중 양자 회담과 한미일 3자 회담을 연다.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이 열리는 것은 2년7개월 만이다.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은 2019년 11월 이후 열리지 않았다.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은 한일 관계 악화 등 이유로 그간 개최되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북한이 대륙 간 탄도 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거듭하고 7차 핵 실험까지 준비하는 가운데 이번 3자 회담이 성사됐다. 윤석열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이 이 자리에서 한미일 3국 연합 훈련 실시를 결정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북한 탄도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는데도 한미와 미일은 각각 연합 훈련을 했지만 한미일은 함께 군사 훈련을 하지 않았다.
그간 한미일 훈련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군대를 보유하고 무력행사를 하려는 일본 정부에 대한 한국 쪽의 뿌리 깊은 불신이 원인 중 하나다. 일제강점기 식민 지배를 당했던 한국으로서는 일본 재무장의 계기가 될 수 있는 한미일 훈련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게다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 왜곡 등으로 악화된 한일 관계 속에 문재인 정부 시기 한일 정부 간 갈등이 심화됐고 이는 한미일 안보 협력 균열로 이어졌다.
그러다 북한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고 7차 핵 실험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한미일 안보 협력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를 계기로 핵 실험을 감행한다면 이는 한미일 군사 협력을 촉발시킬 여지가 있다.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안보 협력을 강화한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같은 공간에서 열릴 한중 국방장관 회담 분위기는 험악해질 수 있다.
이종섭 장관은 이번 아시아 안보 회의 기간 중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과 양자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지난달 한미 정상 회담에서 대만 문제와 인도·태평양 전략 등이 거론돼 심기가 불편한 중국 측이 한미일 훈련 등에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방부는 중국 측에 북한이 핵 실험을 자제하도록 압박해 달라고 요청할 방침이지만 중국은 한미일 간 밀착 자제를 반대급부로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한국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확장 억제는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사안이다. 확장 억제 차원에서 미국 전략 자산이 한반도 인근으로 전개되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주말 열리는 아시아 안보 회의에서 한국이 미국과 일본, 중국 틈바구니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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