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도 투표는 해야죠”…코로나도 산불도 못 막은 국민 열망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9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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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오후 서울 은평구 신사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격리 유권자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이곳 투표소에서는 지난 5일 사전투표 마지막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기표가 된 투표용지를 배부했다가 유권자들의 항의로 잠시 투표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2022.3.9/뉴스1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일인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역대 최다인 34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코로나19도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선거인(유권자)들은 “코로나19로 불안해도 투표는 소중한 권리다. 꼭 투표해야 한다”며 투표소를 찾았으며, 경북 울진 지역 산불 이재민들도 지친 몸을 이끌고 투표소로 향했다.

9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1동의 한 아파트단지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투표가 시작되는 오전 6시가 되기 전부터 4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투표소 건물을 한 바퀴 돌 만큼 긴 줄 확인한 일부 시민은 “나중에 다시 와야겠다”며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30분을 기다린 끝에 투표를 마친 최모 씨(31)는 “코로나19로 사람이 몰리는 곳이 부담스러워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게 더 중요한 권리라 차례를 기다려 투표했다”고 했다.

경기 안양시에서 집 앞 투표소를 찾은 조아현 씨(26)는 “사전투표 때 사람이 많아 오늘 다시 왔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대선 투표인데 한 표를 꼭 행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집 근처 투표소를 찾은 이모 씨(58)도 “누가 되든 국민이 합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투표하러 왔다”고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9일 경북 울진 산불 재난으로 피해를 본 이재민 전남중 할아버지가 경상북도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해준 버스에 탑승해 주민등록증 대신 임시 발급받은 신분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9일 경북 울진 산불 재난으로 피해를 본 이재민 전남중 할아버지가 경상북도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해준 버스에 탑승해 주민등록증 대신 임시 발급받은 신분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경북 울진군 산불 이재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은 힘든 상황이었지만 이른 시간부터 투표소를 찾았다. 오전 8시 울진국민체육센터 임시대피소 앞에는 20여 명의 이재민들이 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한 버스를 타고 투표소로 향했다. 박금자 씨(68)는 “산불로 집이 다 타버리고 몸은 힘들지만 투표는 해야지”라며 신분증을 챙겼다. 남정희 씨(77)는 “좋은 사람을 뽑아야 나라가 잘되지 않겠느냐”고 버스에 올랐다.

투표소로 향하는 이재민들.
투표소로 향하는 이재민들.


신분증이 불에 탔거나 대피 과정에서 미처 챙기지 못한 이재민들은 임시 신분증을 발급받았다. 전남중 씨(81)는 “갑자기 몸만 피하느라 집도 신분증도 다 타버렸다”며 종이로 된 임시 신분증을 들어보였다. 교통사고로 불편한 한쪽 다리를 이끌고 투표소를 찾은 홍중표 씨(63)는 “대피소 생활로 몸은 지쳤지만 투표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새 대통령이 이재민을 잘 보듬어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전국 투표소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소동이 벌어져 선거인들이 항의하는 일도 잇따랐다. 서울 강동구 상일 제1동 제6 투표소에서는 투표 시작 전인 오전 5시 53분경 정전이 발생해 30여분 간 투표가 진행되지 못했다. 출동한 경찰이 전력시설을 정비해 복구했지만 선거인들이 혼란을 겪었다. 경찰 관계자는 “전력 과부화로 인한 정전이었다”고 밝혔다.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중부기술교육원에 마련된 한남제3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함께 투표를 하고 있다. 뉴스1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중부기술교육원에 마련된 한남제3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함께 투표를 하고 있다. 뉴스1


경기 부천시 중동의 한 투표소에서는 투표사무원이 실수로 투표지 두 장을 건네 선거인이 모두 기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선거인은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기 전에 다행히 이 사실을 현장에 있는 투표사무원에게 알렸고, 두 장 중 한 장만 유효 표로 처리됐다.

경기 하남시 신장2동 투표소에서는 한 50대 여성이 “도장이 옅게 찍혔다”며 투표지 교환을 요구했다 거절당하자 투표지를 찢고 현장을 떠났고 투표지는 무효 처리됐다. 대구에서도 60대로 추정되는 남성 A 씨가 기표한 투표지 교환을 요구하다 이를 거절당하자 투표지를 들고 투표소 밖으로 나갔다. 현재 경찰이 A 씨를 추적 중이다.

강원 춘천시 중앙초등학교 투표소를 찾은 70대 남성 B 씨는 “사전투표했는데 나에게 투표지를 또 줬다”고 항의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B 씨는 선거사무원이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사이 다른 선거사무원이 먼저 건넨 투표지를 받았다. 춘천시선관위는 사전투표에 참여해 투표소에 출입할 수 없는 B 씨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경찰에 고발했다.

경기 남양주시 평내동의 한 투표소에서는 60대 여성 C 씨가 투표 후 투표함 특수봉인지를 훼손해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C 씨는 경찰에 사전투표 당시 투표함 관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울진=남건우 기자 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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