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침묵을 유지해 온 북한이 새해 첫 무력 행동에 나서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대화 복원 의지에도 ‘마이웨이’를 택하면서, 임기말 한반도 정세 관리가 꼬이는 모양새다.
끊어진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동해북부선 철도 착공식 참석을 앞두고 이뤄진 북한의 행동에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을 환기한 문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도 빛이 바랬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5일 오전 8시10분께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을 향해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 정확한 제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미 정보 당국은 탄도미사일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분석 중에 있다.
내륙을 관통해 이뤄진 발사라는 점에서 이미 전력화를 마친 무기 체계의 성능개량 확인 목적이 담겼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9월 성공한 극초음속 미사일(화성-8형)의 개량 버전일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새해 벽두 시작된 북한의 무력 행동에 청와대와 관계부처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임위원회 회의를 화상으로 열고 북한의 발사 의도 분석에 집중했다.
NSC 상임위는 “국내·외적으로 정세 안정이 매우 긴요한 시기에 이루어진 이번 발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현재의 남북관계 경색과 긴장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의 동해북부선 철도 착공식 참석 당일 북한이 무력 행동에 나서면서 행사 자체는 물론 전반적인 메시지 취지가 무색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강원 고성 제진역에서 거행된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구간 철도건설 착공식에 참석했다.
고성 제진역은 남북출입사무소(CIQ)가 위치한 남측 최북단역이다. 2002년 남북 합의를 통해 2007년 남측은 제진역에서 군사분계선까지, 북측은 금강산에서 군사분계선까지 철도를 건설해 금강산에서 제진역까지 시범운행을 했었다.
2018년 4·27 판문점 1차 남북정상회담과 9·19 평양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이 동해선·경의선 남북철도·도로 연결을 합의하면서 정부는 그동안 동해북부선 남측 구간(강릉∼제진) 철도 복원을 진행해왔다.
특히 이날 착공에 들어간 동해북부선은 문 대통령의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의 ‘마지막 퍼즐’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임기 말 남북대화 복원에 고심하고 있는 문 대통령에게는 남북정상 합의 이행을 환기시킬 수 있는 계기로 평가됐다.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은 남북한을 비롯해 중국·일본·러시아·몽골에 미국까지 6개국이 참여하는 다자평화안보체제를 말한다. 우선 철도 연결을 중심으로 경제공동체를 조성한 뒤 점차 안보공동체로 넓혀 동아시아의 항구적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표 담론인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은 ‘하노이 노딜’ 이후 급격히 추진 동력을 잃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착공식 축사에서 이러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을 언급한 것도 남북 정상합의 이행 의지를 환기시키려는 의지가 담겼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강릉-제진 구간에 철도가 놓이면 남북철도 연결은 물론 대륙을 향한 우리의 꿈도 더욱 구체화 될 것”이라며 “남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의 실현도 눈앞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남북 정상합의 이행에 기반을 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을 환기한 것은 임기 말 안정적 한반도 정세 관리와 남북대화 복원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올해 초 대남·대미 메시지를 비롯해 구체적인 대외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던 북한이 자국의 군사력 강화 행동을 보인 것은 향후 대외전략의 방향성을 담고 있어 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정체에 대한 우려와 함께 대화 복원 의지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오늘 아침 북한은 미상의 단거리발사체를 시험 발사했다. 이로 인해 긴장이 조성되고, 남북관계의 정체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근원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도 대화를 위해 더욱 진지하게 노력해야 한다”면서 “남북이 함께 노력하고, 남북 간에 신뢰가 쌓일 때 어느 날 문득 평화가 우리 곁에 다가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