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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한명숙 전 총리 사면에… 野 “친노 대모 구하기”

입력 2021-12-24 21:43업데이트 2021-12-2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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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국무총리.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단행한 특별사면 명단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뿐 아니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수감됐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포함됐다. 2017년 대선 후보 당시 뇌물·알선수재·알선 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 사범 등에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던 문 대통령이 이날 한 전 총리를 복권한 것을 두고 대선 공약 파기 및 원칙훼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임기 내내 이어졌던 눈물겨운 ‘한명숙 대모(大母) 구하기’에 종지부를 찍는 안하무인의 결정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文, 한 전 총리 유죄 당시 “진실 지켜내지 못해 참담”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대모로 불리는 한 전 총리가 더불어민주당에서 갖는 상징성은 크다. 한 전 총리는 남편인 박성준 전 성공회대 교수가 결혼 6개월 만에 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구속되면서 13년간 옥바라지를 했다. 이후 여성운동 등 사회운동가로 활발히 활동하며 김대중 정부 여성부 장관, 노무현 정부 환경부 장관 및 총리를 거쳐 민주당 당 대표를 지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건설업자 한만호 씨로부터 9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5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정말 참담한 심정이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실망이 아주 크다. 일련의 사건 판결들을 보면 ‘검찰의 정치화’에 이어 ‘법원까지 정치화’됐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당시 문 대통령은 “한 전 총리의 추징금 9억 원 가량에 대해 십시일반으로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하기도 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한 전 총리 사건의 재심 청구를 검토했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에서 함께 활동했던 한 전 총리에 대해 적잖은 부채의식이 있다”고 전했따. 한 전 총리는 2015년 8월 24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뒤 2017년 8월 23일 만기 출소했다.

일각에선 이번 복권으로 한 전 총리가 정치 활동을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는 대선을 75일 앞두고 한 전 총리가 움직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지금이라도 한 전 총리의 명예를 회복시켜준다는 차원에서 복권을 실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한 전 총리가 나서는 것이 과연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도움이 되는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했다.

야당은 한 전 총리의 복권을 맹비난했다. 국민의힘 이양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한명숙 구하기’ 집착의 잘못된 결말이자 법과 국민 알기를 우습게 하는 문재인 정권의 뻔뻔한 민낯을 드러낸 것”이라며 “내 편이면 법치와 국민 정서는 아랑곳없이 대통령이 말 한마디로 있는 죄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부(不)정의한 선례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최명길, 최민희 전 의원 등 여야 정치인 골고루 포함

한 전 총리는 복권이 됐지만 추징금은 납부해야 한다. 한 전 총리의 12월 현재 미납 추징금은 7억828만5202원에 달한다. 검찰은 올 8월 한 전 총리의 자서전 ‘한명숙의 진실’ 인세를 251만8640원, 이달 7만7400원을 추가로 추징하는 등 계속해서 추징 절차를 밟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추징금을 미납한 한 전 총리의 복권에 대해 “추징금을 내지 않고도 사면된 예가 있다고 들었다”며 “박 전 대통령도 (벌금을) 다 완납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날 정부가 단행한 특별사면 대상자 3094명 중에는 선거사범 315명도 포함됐다. 특히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 당선자 중 최명길 박찬우 전 의원과 낙선자인 최민희 전 의원, 그리고 19대 총선 당선자인 이재균 전 의원과 낙선자인 우제창 전 의원 등도 포함됐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국민의당 등 소속 출신들이 골고루 포함됐다.

특히 최명길, 최민희 의원은 여야 정치권에서 꾸준히 복권 주장이 제기돼 왔지만 제외됐다가 결국 문 대통령 임기 5년 차에 복권이 이뤄지게 됐다. 때문에 야권에선 “박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를 비롯해 통합을 명분으로 여야 정치인들의 구색을 맞추기 위한 사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남은 사면권 행사도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했지만 문 대통령 임기 만료 전까지 사면 기회는 남아 있다. 다만 여권 일각에선 3·1절 특사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차기 대선을 8일 앞둔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담이 상당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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