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바이든보다 먼저 文대통령과 통화…“美의 中압박 동참말란 뜻”

황형준 기자 , 최지선 기자 입력 2021-01-27 03:00수정 2021-01-2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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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요청으로 양국정상 통화
習 “자기들끼리 편먹지 말라” 다음날 文대통령에 전화해 “한중관계 새 단계로” 강조
靑, 확대해석 경계하면서도 “시점이 민감한 것 우리도 알아”
‘동맹과 협력해 대중 압박’ 밝힌 美 한국에도 동참 강하게 요구할 듯
청와대 밝힌 시진핑 방한과 북한 문제, 中 보도엔 없어

최근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 통화를 조율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이에 앞서 2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한 데 대해 청와대는 “올해와 내년 ‘한중 문화 교류의 해’를 맞아 지난해부터 정상 간 통화를 추진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 동맹국들과 협력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대북 압박 정책인 ‘전략적 인내’ 방식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 측의 요청으로 한중 정상 간 통화가 먼저 이뤄지는 모양새가 되자 벌써부터 미중이 한국을 향해 각각 자신을 선택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시 주석은 문 대통령과 통화 하루 전날 미국과 동맹국들을 겨냥해 중국을 압박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 靑 “習, 여건 되는 대로 조속히 방한”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조기에 (시 주석의) 방한이 성사될 수 있도록 양국이 계속 소통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이에 시 주석은 “여건이 허락되는 대로 조속히 방문해 만나기를 기대한다”며 “이를 위해 양국 외교당국이 상시적 연락을 유지하고, 밀접히 소통하길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에 대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고 시 주석은 “남북-북미 대화를 지지한다. 중국은 정치적 해결을 위한 한국의 역할을 중시한다”고 밝혔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강 대변인은 시 주석은 “북한이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밝힌 대외적 입장은 미국, 한국과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는 것으로 본다”면서 “한반도 정세는 총체적으로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고도 했다

강대변인은 “두 정상은 40분간 통화에서 내년 한중수교 3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양국 간 교류 협력이 더욱 활성화되고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를 통해 향후 30년의 발전 청사진을 함께 구상해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에서 양국의 전문가들이 한중관계 발전 방향을 제시하도록 하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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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를 통해 한중관계 30년 발전 성과를 정리하고 미래 발전 계획을 수립해, 중한(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도록 추동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내년이 중한 수교 30주년이고 양국 관계가 심화될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며 “양국이 발전 전략 접목 가속화를 이행하고 중점 분야 협력을 합의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며 “중국은 국제사회 사무에서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수호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중국 CCTV는 청와대가 밝힌 시 주석 방한 문제와 북한 관련 언급은 보도하지 않았다.

● 청와대 밝힌 시진핑 방한과 북한 문제, 中 보도엔 없어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통화한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정상 간 통화를 추진해 왔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시점이 민감한 것은 우리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와 내년을 ‘한중 문화 교류의 해’로 정하면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취한 한국 대중 문화 수입 금지령인 이른바 ‘한한령’ 해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한중 정상 간 통화가 필요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 통화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한중 정상 간 통화가 먼저 이뤄진 것은 이례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북미 유럽 동맹국 정상과 연쇄 통화를 한 데 이어 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등 아시아 동맹국들과 통화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이 향후 30년까지 내다본 한중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동맹국들과 협력을 통한 중국 압박’을 예고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한국이 동참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문 대통령에게 우회적으로 전하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25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화상 연설에서 “국제사회에서 자기들끼리 편먹거나 신(新)냉전을 추구하고, 다른 이를 배척하거나 협박하고, 걸핏하면 디커플링(단절)하면 세계를 분열시키고 대립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다자주의를 내세워 일방주의를 행하면 안 된다”며 “‘선택적 다자주의’가 우리의 선택이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다자주의를 내세우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동맹들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중국을 압박하려 하자 바이든 행정부는 물론이고 한국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에도 우회적인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같은 날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중국은 지금 우리의 안보, 번영, 가치에 중대한 방식으로 도전하고 있다. 우리는 일정한 전략적 인내를 가지고 이에 접근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전략적 인내’에 대해 “대중 정책을 동맹과 협의하고 민주 및 공화당과 상의한다는 뜻”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경제적 월권을 중단시키는 데 전념하고 있고 그렇게 할 가장 효율적 방법은 동맹 및 파트너와의 협력”이라고 했다. 백악관이 제재와 압박 위주의 대북정책이었던 ‘전략적 인내’까지 들고 나와 이를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하겠다고 한 것. 이 때문에 한국에 대해서도 대중국 압박 동참을 강하게 요구해올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초기 대중국 전략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시 주석이 문 대통령과의 통화로 발 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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