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반대’ 한목소리 이탄희-김명수, 이젠 정반대 입장

유원모 기자 입력 2020-09-17 03:00수정 2020-09-1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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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탄희 “제왕적 대법원장 견제 필요” 외부인사 기용 사법행정위 제안
최기상-이수진도 비슷한 법 내놔
법원 정치화 부추기는 법안 발의에 “이게 사법개혁이냐” 비판 목소리
“판사 블랙리스트 등 사법행정권 남용은 제왕적 대법원장과 법관의 관료화 등 견제받지 않은 사법행정에 기인한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법관 중심의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비(非)법관 위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법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올 7월 6일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이 같은 입법 취지를 밝혔다. 이 의원은 “국회를 통해 사법행정위 위원을 선출해야 민주적 정당성과 시민들의 다양한 의사를 사법행정에 반영해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근무할 당시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를 견제하라는 지시에 항의한 뒤에 판사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외부에 공개했다. 이후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 진상조사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는데, 당시 춘천지법원장이던 김명수 대법원장이 진상조사를 강하게 주장했다. 같은 해 9월 대법원장에 취임한 김 대법원장은 2, 3차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이 결과가 검찰 수사로 이어져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 기소됐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맞설 때는 비슷한 처지였던 이 의원과 김 대법원장이 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입장에 놓인 것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후 21대 국회에 입성한 최기상 이수진 의원 등도 사법행정 개혁 법안을 내놓고 있다. 최 의원은 법관인사위원회 위원 수를 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고, 이 가운데 10명은 배심원의 자격을 갖춘 일반 시민 중에서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선정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지난달 24일 의원 10명의 동의를 받아 발의했다. 최 의원은 2018년 2월 전국법관대표회의 초대 의장을 맡으면서 양 전 대법원장을 강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스스로를 블랙리스트 피해 법관이라고 주장했던 이수진 의원도 이달 10일 사법행정위 위원을 비법관 6명이 포함된 12명으로 구성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의원 34인의 동의를 받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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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안팎에서는 법관 시절 ‘사법부 독립’을 강력히 주장하던 이들이 오히려 법원의 정치화를 부추기는 법안을 발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관 인사의 정치화 등을 지적해놓고, 정작 해결 방안으로 정치인에게 법관 인사를 맡기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이것이 진정한 사법개혁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사법개혁안#이탄희#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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