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실책 이어 당정청 엇박자… 역풍 거세지자 ‘비서실 교체’ 건의
노영민이 文대통령에 사전 보고
靑, 이르면 내주부터 순차적 수리… 후임 실장 양정철-유은혜 등 거론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대통령비서실 소속 수석비서관 5명이 7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한 데 대해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 다주택 참모들의 ‘내로남불’ 논란으로 부동산 민심 역풍이 갈수록 거세지는 데 따른 사실상의 경질성 인사라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이르면 다음 주부터 순차적으로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청와대를 3기 체제로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 사의 표명 전 여권에서 “이 체제로는 어렵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통해 “노 실장과 비서실 소속 수석비서관 5명 전원이 문 대통령에게 일괄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사의를 표명한 수석 5명은 강기정 정무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등이다.
이에 앞서 여권 내에서 문 대통령에게 “현재 체제로는 위기를 넘어설 수 없다”며 비서실 인사 교체가 필요하다는 건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직간접적 경로를 통해 ‘비서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인이 청와대로 들어갔고 노 실장이 대통령에게 사전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부동산 ‘내로남불’로 불씨 키운 다주택 참모 경질

비서실 내부의 갈등이 결국 일괄 사표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조원 수석은 지난해 12월 노 실장이 수도권 다주택 참모들의 주택 매각을 권고했을 당시 “나를 겨냥한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수석은 더불어민주당 당무감사원장을 지내던 2015년 ‘시집 강매’ 논란을 일으킨 노 실장을 중징계하며 악연을 쌓은 바 있다. 문 대통령과 부부 동반 모임을 할 정도로 가까운 김 수석을 포함한 쇄신을 건의하기 위해 일괄 사표라는 방식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총선 이후 이어진 위기 국면에서 청와대 비서실의 거듭된 실책이 누적됐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갤럽이 이달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7일 발표한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44%로 총선 직후인 5월 첫째 주 71%에 비해 석 달 만에 27%포인트 하락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라 이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문제”라며 “이 과정에서 비서실이 위기를 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순차적으로 사표 수리될 듯
청와대 안팎에선 문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 주부터 사표를 제출한 수석들의 교체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후임 검증이 이뤄지고 있는 정무·국민소통수석은 물론이고 민정·시민사회수석 등도 후임이 결정되는 대로 사표가 수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노 실장은 비서실 재편 작업 등이 마무리되면 교체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후임 비서실장으로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우윤근 전 주러시아 대사, 최재성 전 민주당 의원 등이 거론된다. 정무수석에는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민정수석에는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권오중 국무총리실 민정실장 등이 거론된다. 김외숙 인사수석은 유임될 가능성이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수석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가 커 사표가 반려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