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건 방한일에 “미국과 마주 앉을 생각 없다”…대화 거부

뉴스1 입력 2020-07-07 06:10수정 2020-07-0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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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2019.12.17/뉴스1 © News1
미국의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한하는 7일 북한이 “다시 한번 명백히 하는데 우리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라고 ‘대화 거부’ 입장을 밝혔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 측의 ‘중재자’ 역할 재추진을 비난하며 이 같이 말했다.

권 국장은 담화에서 “때 아닌 때에 떠오른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 설과 관련하여 얼마 전 우리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하여 명백한 입장을 발표하였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지난 4일 발표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 내용을 언급한 것이다. 최 제1부상은 앞선 담화에서 “긴말할 것도 없이 (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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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국장은 정부가 북미 대화의 ‘중재자’ 역할을 재추진하는 것 역시 밀도 있게 비난했다.

그는 “(최 제1부상의) 담화에서는 때도 모르고 또다시 조미 수뇌회담 중재 의사를 밝힌 오지랖이 넓은 사람에 대하여서도 언급하였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지난달 30일 열린 한-EU(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대선 전에 북미 간 대화 노력이 한번 더 추진될 필요가 있다”라고 발언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당시 발언으로 정부가 북미 대화의 ‘촉진자’, ‘중재자’ 역할에 다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북한은 앞선 최 제1부상의 담화에서 “섣부르게 중재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다”라며 문 대통령을 비난한 것에 이어 이날 담화에서도 “오지랖이 넓다”라며 다시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언급을 했다. 북미 대화에 ‘끼어들지 마라’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권 국장은 “사실 언어도 다르지 않기에 별로 뜯어보지 않아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명명백백하게 전한 우리의 입장이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귀가 어두워서인지 아니면 제 좋은 소리를 하는 데만 습관돼서인지 지금도 남쪽 동네에서는 조미 수뇌회담을 중재하기 위한 자기들의 노력에는 변함이 없다는 헷뜬(정신 나간) 소리들이 계속 울려 나오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또 “점점 더 복잡하게만 엉켜 돌아가는 조미관계를 바로 잡는다고 마치 그 무슨 해결사나 되는 듯이 자처해 나서서 제 코도 못 씻고 남의 코부터 씻어줄 걱정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가관이라 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제는 삐치개질(참견) 좀 그만할 때도 된 것 같은데 그 버릇 떼기에는 약과 처방이 없는 듯하다”면서 “이처럼 자꾸만 불쑥불쑥 때를 모르고 잠꼬대 같은 소리만 하고 있으니 북남관계만 더더욱 망칠 뿐”이라고 조롱에 가까운 비난을 가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의 중재자 역할 재추진 의사가 남북 관계까지 망치게 될 것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표시한 것이다.

그러면서 “참으로 보기에도 딱하지만 중재자로 되려는 미련이 그렇게도 강렬하고 끝까지 노력해보는 것이 정 소원이라면 해보라는 것”이라며 “그 노력의 결과를 보게 되겠는지 아니면 본전도 못 찾고 비웃음만 사게 되겠는지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후 군용기를 타고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방한하는 비건 부장관은 2박 3일 일정으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우리 측 고위 당국자와 연쇄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현재 북미 정세에 대한 입장이 전달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가 그의 방한 목적을 두고 ‘북한에 대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다시 언급해 주목된다. 미 국무부가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알리는 공식 성명에서 FFVD를 언급한 것은 약 11개월 만이다.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의 호응 여부는 미지수다. 최 제1부상에 이어 외무성에서 연일 대화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미국이 이번에 낼 대북 메시지도 일단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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