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기부금 투명성 강화해야”… 윤미향 이름 언급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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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수보회의서 정의연 논란 관련 발언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운동을
 둘러싼 논란이 매우 혼란스럽다”며 “위안부 운동의 대의는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운동을 둘러싼 논란이 매우 혼란스럽다”며 “위안부 운동의 대의는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그동안 침묵하던 정의기억연대 활동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 논란이 위안부 운동 폄훼로까지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우려가 담긴 것이다. 당초 청와대는 이날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할 계획이었다. 6일 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가 있었고, 북한의 거센 막말로 대통령의 공개 발언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을 감안한 것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직접 메시지를 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모두발언을 통해 정의연 및 위안부 운동 논란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혔다.
○ 文 “이용수 할머니, 위안부 운동의 역사”
우선 30여 년간 전개됐던 위안부운동에 대해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여성 인권과 평화를 위한 발걸음”이라고 규정한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너나없이 위안부 진실의 산 증인들”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과 진실 공방을 벌이며 윤 의원의 사퇴를 강도 높게 촉구한 이용수 할머니에 대해서는 실명을 거론하며 “이 할머니는 위안부 운동의 역사” “위안부 문제를 세계적 문제로 만드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셨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미 하원에서의 첫 위안부 연설, 프랑스 의회 증언,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활동 등 이 할머니의 활동을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했다. 반면 윤 의원이나 정의연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2017년 8월 광복절 경축식을 시작으로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 국빈만찬, 2018년 위안부 생존자 초청 오찬 및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 지난해 3·1절 100주년 기념식 등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많은 행사에 함께해 왔다.

또 문 대통령이 이 할머니를 언급한 것은 한일 갈등의 단초인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피해자의 동의가 우선”이라는 원칙을 강조해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처는 온전히 치유되지 못했고, 진정한 사과와 화해에 이르지 못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위안부 존재와 관련 운동 자체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분명히 선을 긋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운동의 대의를 손상시키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며 “피해자 할머니 존엄과 명예까지 무너뜨리는 일이다. 위안부운동의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다”라고 했다.
○ “기부금 모금 활동의 투명성 강화해야”
문 대통령은 이어 “이번 논란은 시민단체의 활동 방식이나 행태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정부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기부금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기부금 또는 후원금 모금 활동의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연의 회계 부정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윤 의원과 정의연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투명성 언급 속에 그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과 정의연 활동의 공(功)과 과(過)가 동시에 있고, 회계 부정 등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21대 국회에서 기부금통합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관련 입법과 조치를 강구해 나가겠다”며 “기부금과 후원금 모금 활동의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고, 어떻게 사용되는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이번 논란으로 위안부운동의 역사가 부정당하거나 평가 절하돼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 발언에 앞서 윤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의원회관 앞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내가 죽는 모습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것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박효목 tree624@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정의연 논란#위안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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