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독자 관광개발 노선 걷나?…현대아산 ‘당혹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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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23일 12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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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지동 현대아산 사무실 모습. © News1
서울 연지동 현대아산 사무실 모습. © News1
북한이 금강산에 자리 잡은 한국 기업의 관광시설을 철거할 것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를 접고 독자적인 관광사업 개발 모델로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3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현지 지도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뜯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 시설들을 우리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한과의 경협에 대한 기대를 접고 독자적으로 관광산업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관계와 관련한 최후통첩”이라면서 “철거지침을 내렸지만 우리가(한국이) 나서서 돌파구를 열면 못이기는 척 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 교수는 “김 위원장의 통치 스타일로 봤을 때 남북이 협력한 경제개발을 접겠다는 것을 공식화 한 것”이라며 “경협에 의존한 경제개발은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의 중요한 목표인데 더이상 이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선언이다”라고 덧붙였다.

조석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의 경우 김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북한이 남북경협이 지지부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닌 관광사업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쿠바식 모델’을 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마식령 스키장에 이어 최근 김 위원장이 백두산에 가면서 관광단지화된 삼지연의 모습을 보여줬다”라며 “금강산은 지난해 중국 관광객이 20만 정도 왔다는 전례가 있다. 현재의 (미국과의)대치 국면을 장기적으로 가져가면서도 관광을 통해서 근근이 경제를 유지하겠다는 쿠바식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밝혔다.

경제 상황 악화를 남측과 경협을 통해 풀어보려 했지만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경협문제를 속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하자 한국을 압박하면서 독자적인 관광단지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해석이다.

다만, 조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측의 이번 조치로 막혀 있던 남북경협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북한이 한국 기업들이 설치한 시설물들을 철거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관계자들과 논의를 거쳐야 하므로 그 과정에서 남북 간 의견교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북측이 이후 금강산 관광에서 남측 관광객을 거부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에서도 남북 간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경협에 밝은 한 업계관계자도 “북한의 메시지를 듣고 마치 남북경협이 끝나는 것처럼 해석하는 것을 오히려 북한의 의도에 말려 들어 가는 것”이라며 “북측이 남측과의 대화를 이야기한 만큼 남북이 문제를 풀어갈 새로운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남북경협 독점권을 가지고 사업을 주도해온 현대아산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현대아산은 5597억원을 투자해 금강산 사업 관련 해금강-원산지역 관광지구 토지 이용에 대한 50년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북한에 2268억원 상당의 유형자산이 있다.

현대아산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관광 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보도에 당혹스럽지만, 차분히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지금까지 해오던 것과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금강산 관광 시설 철거와 관련해 ”북측이 요청을 할 경우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남북합의 정신, 또 금강산 관광 재개와 활성화 차원에서 언제든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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