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백색국가 배제’ 놓고 이례적 논박 교환…韓 판정승?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2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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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도 화이트리스트에 포함해야" 지적
"신뢰와 선의로 문제 해결해야"…유감 표명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2일(현지시간) 아세안 회의 무대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반박권’을 써가며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가 목록) 배제가 정당한지 설전을 벌였다.

두 장관은 회의장에서 면전에 대고 상대방 국가를 거론하는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그러면서 한·일 갈등 상황에 관한 각국의 논리를 전개했다. 이에 대해 회의 참석국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일방적이고 자의적”이라며 “깊이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는 자유로운 무역과 상업의 흐름을 확대함으로써 모두가 공유하는 파이를 늘려야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런 원칙은 이 지역에서 도전받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일본의 무역규제를 비판했다.

이에 고노 외무상은 “한국은 아세안 국가들보다 우선적이거나 동등한 지위를 누려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강 장관이 표한 불만의 근거를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이어 “일본의 수출 통제에 대한 필요하고도 합법적인 검토는 WTO(세계무역기구) 협정 등을 포함한 자유무역체제와 충분히 호환된다”고 주장했다.

고노 외무상은 일본이 지금까지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에서 우대했을 뿐이며, 화이트리스트 조치로 한국과 아세안에 동등하게 특혜를 주지 않게 됐다는 논리를 구사한 것이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는 27개국이 포함돼 있으며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 발언에 제동을 걸고 나선 건 싱가포르의 비비안 발리크리슈난 외교장관이다. 발리크리슈난 장관은 “화이트리스트는 줄이는 게 아니고 늘려야 한다”며 “한국을 뺄 것이 아니라 아세안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뢰관계를 증진해서 상호의존을 높이는 것이 이 지역의 공동 번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 아세안과 한국을 차별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가 아세안은 왜 한국처럼 우대하지 않냐는 볼멘소리를 들은 것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일본이 보복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왕이 부장은 “싱가포르 외교장관의 발언에 영감을 받았다”며 “아세안과 한중일은 가족과 같은데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또 “이 문제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선의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적 해결을 촉구해온 한국에 대한 지지로 읽힌다.

아세안 회의에서 특정한 국가의 발언에 이슈 토론처럼 주장과 반박이 오가는 것이 극히 드문 광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논박이 가열되자 고노 외무상과 강 장관은 추가 발언권을 얻어가며 각자 주장을 이어갔다.

고노 외무상은 “한일 양국에는 수산물 규제문제, 한일 기본조약, 수출통제 문제 세 가지가 있다”면서 “이건 완전히 별개의 이슈”라고 강조했다. 수출규제는 보복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한국이 한일 기본조약을 다시 쓰려 한다”며 강제징용 판결이 청구권협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강 장관도 다시 발언권을 얻어 “고노 외무상의 이야기가 틀렸다”며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수출규제가) 촉발된 연원이 있다”고 맞섰다.

태국은 오후에 열린 다른 다자회의에서 미중이든 한일이든 역내 무역보복에 관한 최근의 조치에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외무성은 회의 후 자국 언론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한국의 수출규제 발언에 대해 반론을 펼쳤으며, 일본을 비난하는 나라는 없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콕=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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