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페인 北대사관 습격 자유조선 조직원 체포…北 달래기?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22일 15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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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미 해병 크리스토퍼 안 '체포'…에이드리언 홍 '추적'
美, 스페인과 범죄인도조약…최소한의 성의 보일 필요
"자유조선과 연관 없다" 선 그으며 北 달래기 성격도
北이 자유조선 문제 대미 압박 카드로 사용 가능성
비핵화 협상에 변수로 작용하진 않을 것으로 보여
"기분은 나쁘겠지만 협상은 전략적으로 접근할 것"

미국 사법당국이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을 습격한 반북 단체 ‘자유조선’의 조직원들을 체포하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22일 외신 등에 따르면 전직 미 해병대원인 크리스토퍼 안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로스엔젤레스에서 체포됐다. 미 사법당국은 또한 자유조선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에이드리언 홍도 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조선 조직원들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던 지난 2월22일(현지시간) 스페인의 북한대사관에 침입해 컴퓨터 2대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2개, 휴대전화 1개 등을 갖고 달아났다.

이들은 자신들의 정체가 공개되자 홈페이지에 습격한 것이 아니라 긴급한 상황에 반응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미 FBI와 상호 비밀유지 합의 하에 ‘엄청난 잠재적 가치’가 있는 특정 정보를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침입자들이 북한대사관의 핵심기밀 사항인 ‘변신용 컴퓨터’를 강탈하지 않았는가 생각된다”며 북한의 특수암호기술이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북한의 특수암호기술은 어느 서방 정보기관도 풀 수 없다는 ‘항일빨치산식’이다”라며 이 암호체계가 미국 측에 넘어갔을 경우 생길 파장을 주목하기도 했다.

미국은 사건 발생 초기 이 사건의 연관성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며 거리를 뒀다. 더욱이 스페인 사법당국의 북한대사관 습격사건 용의자 인도 요청 움직임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스페인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어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관측이다. 스페인 당국이 지명수배하고 수사 협조를 요청한 만큼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줘야 했을 거라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이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점도 ‘체포’ 결정에 영향을 줬을 거라는 관측이다.

앞서 북한은 이 사건 발생 한 달여만인 지난달 31일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모양새를 갖춰 “이번 테러 사건에 미 연방수사국과 반공화국 단체 나부랭이들이 관여돼 있다는 각종 설이 나돌고 있는 데 대해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한 셈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은 자유조선이 선을 넘게 되면 미국의 이익까지 침해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일종의 견제에 들어간 것”이라며 “또한 북한과의 협상 국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요소를 줄여나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유조선에 경고 메시지를 주는 동시에 북한 측에는 연관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이번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가 북미 대화, 또는 남·북·미 중심의 비핵화 협상에 변수로 작용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자유조선 문제에 기분은 나쁘겠지만, 협상에는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이라며 “(전략적) 조건이 맞으면 대화에 나올 거고, 만약 전략적 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북한은 ‘자유조선’ 문제를 하나의 대미 압박 카드 정도로만 사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에 체포된 자유조선 조직원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 센터장은 “FBI가 자유조선이 훔쳐 온 자료를 스페인 측에 반납했고 인명 피해도 크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 수위에 대한 의견 교환이 없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또한 처벌하는 모습을 보여주되 이들의 신병을 인도하지 않고 사건을 무마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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