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년사, 정상국가 이미지 강조…김여정·조용원 실세 재확인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1일 12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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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는 예년과 다른 연출로 눈길을 끌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1일 오전 8시40분께 예고방송으로 시작해 오전 9시부터 약 30분 동안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방영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예년처럼 조선중앙TV를 통해 사전에 녹화한 육성 신년사로 방영됐지만, 연출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뤄져 눈에 띄었다.

1월1일 자정을 알리는 시계의 모습과 종소리로 시작된 신년사 방송은 이례적으로 북한 노동당사의 야경을 보여주며 시작됐다.

노동당사 정문을 향해 클로즈 업된 화면이 끝나자, 복도에 서 있던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곧이어 김 위원장이 등장했다. 김 부장은 ‘김정은의 집사’로도 불리는 인물이다.

김 위원장의 뒤를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따라걸었고, 김창선 부장도 이들과 동행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해 2월 고위급대표단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가하고,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에서도 김 위원장을 밀착 수행해 주목을 받아왔다.

반면 조 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각종 건설현장, 농업현장,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현장 등에서 현지지도를 할 때마다 모습을 보이는 인물로 대외적으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김 제1부부장과 조 부부장 등이 이번 신년사 방송에서도 김 위원장을 밀착 수행하면서 이들이 북한 정권이 신진 실세임을 재차 확인됐다는 평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미 알려진 김여정 제1부부장과 달리 조 부부장이 바로 옆에서 간다는 것은 그가 이번 신년사 준비과정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조 부부장의 존재감 부각시킨 부분이라고도 봐야할 거 같다”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단상에서 꼿꼿하게 서서 진행됐던 예년 신년사 방송과 달리, 김 위원장은 집무실로 보이는 공간에서 갈색 가죽 소파에 앉아 편안한 모습으로 신년사를 읽었다. 김 위원장의 오른편에 긴 가죽소파는 자리가 비어 있었다.

김 위원장 뒤로는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무하는 모습을 담은 대형 액자가 배치됐고, 화면 왼편에는 책이 가득꽂힌 책장이 보였다.

이같은 연출은 대내적으로 결속을 다지고 김 위원장의 한 해 업적을 과시하는 것는 한편, 대외적으로 정상국가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김 교수는 “이같은 연출이 내부적으로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6·12 북미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의 대기실과 비슷한 이미지였다는 점에서 빠른 시간 내에 미국과 대화를 하자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세트로도 볼 수 있겠다”고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지난해 4월에 진행된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는 병진 노선의 위대한 승리 하에 토대해 우리 혁명을 새롭게 상승시키고 사회주의 전진 속도를 계속 높여나가는 데서 전환적 우위를 가지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지난해 경제사업을 총화했다.

방송에서도 김 위원장의 각 분야에 대한 평가에 맞춰서 트랙터 공장이나 평양의 주체사상탑, 9·9절 열병식 행사 모습, 북창화력발전소, 금속공장, 화학공업장, 댐 건설현장,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등의 북한 내 굵직한 내부사업 현장이 사진으로 방영됐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지난해 사업을 총화하면서 “자력갱생의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며 “이것이 우리가 들고 나가야 할 구호”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지난해 경제사업 총화와 올해 과업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북한이 2020년 당 창건 75주년과 국가경제발전 5개년 완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시간 안배는 김 위원장이 내부적으로 경제적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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