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람들, 교황이 누군지 천주교가 뭔지 몰라…‘평화 선전’ 안타깝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5일 20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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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정치범수용소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종교만 있어도 수용소 수감”
美 뉴욕 유엔본부서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 북한 인권 토론회 열려
참석 탈북자들 “북한 비핵화만큼 북한 인권 문제 중요하다”고 호소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 
북한 인권 토론회에서 탈북자 정광일 씨(왼쪽)와 노회창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비핵화 협상 정국에 접어들었지만 북한 사회는 
여전히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 북한 인권 문제가 비핵화만큼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오른쪽은 스티븐 노퍼 코리아 소아이어티 부회장,
 왼쪽에서 두번째는 통역.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 북한 인권 토론회에서 탈북자 정광일 씨(왼쪽)와 노회창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비핵화 협상 정국에 접어들었지만 북한 사회는 여전히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 북한 인권 문제가 비핵화만큼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오른쪽은 스티븐 노퍼 코리아 소아이어티 부회장, 왼쪽에서 두번째는 통역.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누구를 위한 평화인지 모르겠습니다.”

마이크를 잡은 정광일 씨(55)는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 북한 인권 토론회에서 ”여전히 북한 수용소에서는 수많은 정치범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인권위원회(HRNK)와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성통만사)’ 등 북한 인권 단체들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탈북자들은 ”북한 사회는 여전히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입을 모았다.

정 씨는 간첩혐의로 체포돼 2000년부터 정치범 수용소인 요덕수용소에서 3년 간 복역했던 탈북자다. 결국엔 간첩이 아님이 밝혀졌지만 억울함에 2003년 출소 직후 북한을 떠나 남한으로 넘어왔다.

정 씨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결코 지나간 과거가 아니다”며 북미 대화 정국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니 북한 인권에는 관심이 없어졌다”며 “올해도 유엔 인권결의안이 통과되겠지만 말로만 해서는 개선이 전혀 없다. 수감자와 주민에 대한 실질적인 인권 개선에 필요한 결의안이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씨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로 수감되기도 하고 배가 고파 탈북을 시도해도 조국 반역자로 몰려 정치범 수용소에 갇힌다.

정 씨는 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한 것과 관련해 “북한 사람은 교황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천주교가 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것이 이슈가 돼 평화를 선전하는 것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북한에서 해외 노동자로 파견 나가 9년 간 중동과 러시아에서 근무한 탈북자 노회창 씨(48)는 “혹독한 노동 강도 때문에 한 달에 해외 노동자 100명 중 2, 3명은 질병에 걸려 북한으로 돌아가고 이들 중에는 죽는 사람들도 있다“며 ”북한 비핵화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인권 문제”라고 강조했다.

노 씨는 “중동에서 근무할 당시 오전 4시에 기상해 오후 11시까지 일했다. 러시아에서는 식사로 쌀과 소금만 나왔다”며 북한 해외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전했다. 그는 “그렇게 일해도 노동당이 다양한 명목으로 번 돈을 가져가 노동자들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정신없이 일을 해야 한다”며 “그것을 본 외국인 노동자들은 ‘죄 짓고 여기 왔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해외 파견지는 노동자에게는 또 하나의 수용소일 뿐”이라고 지적한 노 씨는 북한 해외 노동자의 인권 해방을 위해 힘 써달라고 촉구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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