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새 대표 이해찬]“최고수준 협치” 5당대표 회담 제안
당선 되자마자 주도권 의지 보여… 文대통령 “궁합 잘 맞을것” 전화
비서실장에 김성환 등 당직 인선
“2011년 문재인 대통령이 이듬해 대선에 나가지 않으려 할 때 부산에 가서 막걸리 20병을 같이 마셨다. ‘나도 나가고 싶은데 대중성이 없으니 당신이 나가 정권을 찾아와야 한다’고 설득했다. 그렇게 문 대통령을 정계에 입문시키고 나 몰라라 하는 건 비겁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는 당 대표 선거를 준비하면서 주변에 자신이 출마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민주당 ‘20년 집권’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 당청 관계 무게 추 이동하나
이 대표는 선거기간 중 문 대통령과의 관계를 ‘특수한 관계’, ‘동지적 관계’라고 표현했다. 노무현 정부 때 함께 일했을 뿐더러 정계 입문을 권했고, 대통령선거 등 중요한 국면마다 힘을 합쳐 싸웠기 때문이다. 청와대 참모진에도 인연이 깊은 이들이 많다. 한병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 때 비서실장이었고, 정태호 대통령일자리수석비서관은 이 대표의 보좌관을 지냈다. 여당 대표의 카운터파트가 정무수석인데 한 수석의 경우 이 대표의 비서였던 것이다. 그만큼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 대표 체제 출범에 대해서는 말하기 조심스러워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당청 관계에서 당의 비중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가 국정과 당을 견인했다면 이 대표 체제에선 마냥 끌려가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특히 당이 2020년 총선을 대비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사실 여권 안팎에선 예전부터 “문 대통령이 이 대표를 어려워한다”는 말도 없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자신보다 나이가 더 많고, 정치경험도 풍부한 이 총리를 편하게 대하기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다.
아무튼 이 대표는 전대 직후부터 당이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선 “국민을 위한 최고 수준의 협치를 추진하겠다”며 ‘5당 대표 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전대 다음 날이자 일요일인 26일엔 첫 비공개회의를 주재하고 당직 인선을 단행했다. 대표 비서실장에 김성환 의원(초선), 수석대변인에 홍익표 의원(재선), 대변인에는 이재정 의원(초선)과 이해식 전 강동구청장을 임명했다. 이 중 김성환 의원과 이해식 전 구청장은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정책통이자 친문 핵심인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내년도 예산안 통과 때까지 유임시키기로 했다.
○ ‘산전수전’ 다 겪은 ‘버럭 총리’
이 대표는 민주화운동을 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라 정계에 입문했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에 연루돼 두 번 옥살이를 한 뒤 198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낙선한 후 재야 입당파와 함께 평화민주당에 입당했다. 13대 총선에서 서울 관악을 지역구에 출마해 민주정의당 김종인 후보를 꺾고 국회에 입성해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5선을 했다.
이후 정책통, 전략통으로 불린 이 대표는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맡아 각종 개혁을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빚어진 학력저하 논란으로 ‘이해찬 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할 때는 야당과 설전을 마다하지 않아 ‘버럭 총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16년 총선에서는 첫 총선 출마 때 경쟁자였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주도한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으로 세종지역에 출마해 당선된 뒤 복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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