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보다 기간 늘리고 근무강도 강하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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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도입]국방부, 대체복무제 대책마련 착수
병역기피 악용 안되게 엄격심사, “병력수준 유지엔 큰 문제 없을것”

헌법재판소가 28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대상으로 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고 결정하자 군 당국은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방부는 헌재 결정 직후 공식 입장을 내고 “국방부는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없고 병역 의무의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체복무 방안을 검토해왔다”며 “최단 시간에 관련 정책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대체복무제도가 악용될 수 없도록 하는 장치를 곳곳에 마련할 방침이다. 현역병에 비해 복무 기간을 늘리고, 근무 강도 또한 강하게 설계하는 것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복무자의 ‘선택 자유’를 존중하는 한편 현역병들의 상실감이나 불만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다.

실제로 앞서 대체복무제를 운영한 국가들도 비슷한 기준을 내세웠다. 프랑스는 2001년 모병제 전환 이전에 대체복무제를 운영했는데 당시 복무 기간은 현역병의 2배인 20개월이었다. 러시아 역시 현역은 12개월이지만 대체복무 대상은 18개월을 복무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보충역으로 분류되는 사회복무요원은 24개월을, 공중보건의나 공익법무관 등은 36개월을 복무하는 것에 비춰 볼 때 대체복무는 24∼36개월에서 기간이 결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방부는 대체복무 희망자에게 실제로 특정 종교나 별도의 개인적 신념이 있는지를 심사할 기구도 설치할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심사를 최대한 엄격히 하고 종교나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자가 맞는지를 검증하는 관찰 기간도 두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국방부 소속 위원회에서 이들에 대한 서면심사를 진행하고, 병역 기피 의심자에 대해선 대면심사도 하고 있다. 과거 대만은 본인은 물론이고 증인 면담도 실시했다. 판정이 어려울 땐 명확한 검증을 위해 1년 이내의 관찰도 진행했다.

일각에선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현역 병력 수가 크게 감소해 안보에 문제가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병력 감소가 크지 않다”는 게 국방부 입장이다. 종교 및 개인적 신념에 따른 입영 및 집총거부자는 지난해 461명을 비롯해 2016년 557명, 2015년 493명 등 매년 500∼600명 수준이다. 대체복무 심사 요건을 까다롭게 해 악용 소지를 차단하면 병력 수준 유지에 큰 문제는 없다는 게 국방부 입장이다.

한편 이날 헌재가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데 대해 군 관계자들은 “합리적 판단”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현역 장교 A 씨는 “이들을 처벌할 수 없게 할 경우 사법부가 특정 종교를 지원하는 격이 되고 해당 종교의 ‘위장 신자’들만 늘어날 것”이라며 “병역 의무 이행의 형평성을 최우선으로 본 합리적이고도 당연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현역#근무강도#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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