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 “北장사정포 후방이전 논의중”… 軍은 “사실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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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남북 장성급회담 때도 부인
北, 미군 전방 화력과 연계할 가능성
논란 일자 총리실 “공식논의 안돼… 정부내 의제화 공감대는 분명”


이낙연 국무총리(사진)가 25일 제68주년 6·25전쟁 기념식에서 “북한 장사정포의 후방 이전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리의 발언은 “14일 남북 군사회담에서 북한 장사정포 후방 배치가 논의된 적 없다”는 정부의 기존 설명과는 다른 것이다. 실제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유예 등과 맞물려 장사정포 후방 배치가 논의됐을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이 총리는 이날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기념사를 통해 남북 평화무드를 설명하면서 “미군 유해의 송환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휴전선 비무장지대에서 남북 상호 비방이 중단됐고 확성기도 철거됐다. 또 장사정포의 후방 이전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양국은 연합 군사훈련의 유예를 결정했고, 남북한 100명씩의 이산가족이 8월 하순 금강산에서 재회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장사정포 후방 배치 논의에 대해 국방부는 최근까지 부인해왔다. 일부 언론은 군 당국이 14일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북한 장사정포를 군사분계선(MDL)에서 30∼40km 후방으로 철수하는 안을 북측에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국방부는 17일 두 차례나 공식 입장을 내고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장사정포는 ‘서울 불바다’ 협박의 근거인 북한판 ‘전략 자산’으로 우리로서는 후방 배치나 해체를 얻어내야 할 대상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관련 언급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북한이 장사정포 후방 이전의 반대급부로 한미의 대응전력인 주한미군 ‘210화력여단’의 후방 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여단은 MLRS(다연장로켓), M109A6 자주포에 대포병 레이더까지 갖춰 남북이 동시에 전력을 뺀다면 우리 손실이 더 크다는 지적이 있다. 또 북한이 장사정포 후방 배치를 핑계로 MDL 인근 정찰 제한을 다시 한 번 요구할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국방부는 총리 기념사 내용이 알려진 25일 오후에도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군 관계자는 “이 총리가 앞으로 실행됐으면 하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 방안 중 하나인 장사정포 후방 배치 문제를 현재형으로 잘못 표현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총리실도 이날 오후 “장사정포 후방 이전 문제는 향후 남북 군사회담에서 논의될 만한 과제 중 하나로 우리 내부에서 검토했지만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는 아직 공식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와 총리실, 그리고 국방부까지 장사정포 문제를 의제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손효주 기자
#이낙연#장사정포#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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