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48·사법연수원 23기)의 빈소에서는 유족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 휴가를 내고 빈소를 찾은 동료 검사들과 변 검사의 지인들은 영정에 마지막 인사를 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변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 변호사는 “내 마음 편하자고 찾아왔는데”라며 침통해했다. 이날 낮 12시 15분 열린 발인식에는 조은석 서울고검장(52·19기) 등 검찰 관계자와 지인 등 40여 명이 참석해 변 검사가 떠나는 길을 함께했다.
중학교 2학년인 변 검사의 막내딸이 아버지의 영정을 들고 운구 행렬 맨 앞에 섰다. 변 검사의 부인과 모친, 큰아들이 그 뒤를 따랐다. 두 남매는 운구차로 걸음을 옮기는 내내 울먹였다. 변 검사의 모친은 운구 차량에 탑승했다가 “할 말이 있다”며 차에서 내렸다. 그는 기자들을 향해 “억울하다. 죄 없는 애를 왜 죽이냐. 우리 아들 살려내라”며 울부짖었다. 서울 서초구 양재대로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변 검사의 딸은 “우리 아빠 어떻게 해”라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변 검사의 부인과 아들은 울다가 지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였다.
국정원 수사팀을 이끌고 있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7·23기)과 박찬호 2차장검사(51·26기), 수사팀 소속 부장검사들은 변 검사의 빈소에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윤 지검장은 변 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가까운 사이였던 까닭에 처음에는 빈소를 찾아가 조문을 하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가까운 검찰 간부 및 지인들과 상의한 뒤 조문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문을 하려는 뜻과 달리 유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 됐다. 수사 책임자의 조문이 수사의 공정성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날 윤 지검장과 주례 면담에서 “국정원 관련 수사에 대해 사건 관계인들의 인권을 더욱 철저히 보장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 진실을 명확하게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수사팀도 이 같은 문 총장의 지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아무리 사안이 중해도 수사 대상자에 대해 따뜻하게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관련 수사를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변 검사의 사망 이후 검찰 안팎에서 인권 침해 논란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변 검사 유족은 “왜 오전 7시에 압수수색을 하느냐. 잠옷 차림인 아이들 앞에서 그러는 건 이해가 안 간다. 횡령하거나 돈을 받은 것도 아니지 않으냐”며 검찰이 ‘망신 주기’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변 검사는 수사팀이 구속영장에 첨부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에 “변 검사가 지난달 30일 숨진 국정원 정치호 변호사를 회유하려고 했다”는 내용을 넣은 데 대해 억울해했다고 한다. 그는 “정 변호사를 위로하려고 전화를 건 일까지 회유라고 곡해를 한다”고 답답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변 검사와 같은 혐의로 구속된 이제영 대전고검 검사(43·사법연수원 30기)의 영장실질심사에서 방송 시사 토크 프로그램 출연자의 발언을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출연자는 “검사가 왜 증거 조작을 했겠느냐”는 질문에 “출세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이 검사는 영장심사에서 큰 모욕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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