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성 헌법재판관(61·사법연수원 10기)이 현재 공석인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27일 지명된 가운데, 이 후보자가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공판에서 \'세월호 7시간\' 행적을 꾸짖은 것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3월 10일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공판에서 재판관들은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면서도 세월호 참사 관련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은 전원일치로 인정하지 않았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성실히 직책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도 탄핵 사유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당시 김이수·이진성 재판관도 다수 의견을 따랐지만 보충의견을 내면서 박 전 대통령의 불성실한 대응을 꼬집었다.
두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은 늦어도 오전 10시경에는 세월호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했거나, 조금만 노력을 기울였다면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오후 3시가 돼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박 전 대통령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사고의 심각성 인식 시점부터 약 7시간이 경과할 때까지 별다른 이유 없이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있으면서 전화로 원론적인 지시를 내렸다"며 "사고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응하려는 관심이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에 구체성이 없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가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상황을 지휘하는 것은 실질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상징적인 효과도 갖는다"며 "진정한 국가 지도자는 국가위기 순간에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자 및 그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 하며, 국민에게 어둠이 걷힐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고 국가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 재판관은 "국정 최고책임자의 지도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은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라며 "국가위기가 발생해 그 상황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이를 통제·관리해야 할 국가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가 그 순간이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 4월 16일이 바로 이러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또 "박 전 대통령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형 재난이 발생했는데도 그 심각성을 아주 뒤늦게 알았고, 이를 안 뒤에도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박 전 대통령의 대응은 지나치게 불성실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가 최고지도자가 국가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해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으로 남겨져, 수많은 국민의 생명이 상실되고 안전이 위협받아 이 나라의 앞날과 국민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며 보충의견을 마무리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현재 공석인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이 재판관을 지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 후보자는 김이수 재판관 다음의 선임재판관일 뿐 아니라 법관 재직 시 법원행정처 차장, 각급 법원장을 거치는 등 풍부한 행정 경험이 있기에 장기간의 소장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헌법재판소를 안정적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1956년 부산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서울지방법원 법원장, 광주고등법원 법원장 등 요직을 거쳐 지난 2012년 9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추천을 받고 헌법재판관으로 활동해왔다. 내년 9월 19일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임기가 종료된다. 이 후보자는 \'온건한 합리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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