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초강력 대북제재 법안 하원서 압도적 가결… ‘웜비어法’ 이름 붙여 北봉쇄 의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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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국제금융시스템서 퇴출’ 내용
본회의 상정때 법안 명칭 변경… “김정은 정권이 학대한 웜비어 추모”
대북 금융거래 中은행 직격탄… 北노동자 고용한 외국기업도 제재

미국 하원이 핵 개발과 미사일 실험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을 국제금융 시스템에서 퇴출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오토 웜비어 법안’을 통과시켰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식물인간 상태로 돌아와 사망한 버지니아주립대생 오토 웜비어의 이름을 딴 초강력 대북제재법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처리한 것이다. 12일 하원 금융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면서 웜비어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그의 이름을 법안 앞에 붙였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캘리포니아)는 “김정은 정권이 잔인하게 대하고 학대한 오토 웜비어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4일(현지 시간)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본회의에서 찬성 415 대 반대 2(기권 15)표로 통과된 ‘오토 웜비어 북핵제재법(H R 3898)’은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으로 북한과 관련된 사람이나 기관 등을 이롭게 하는 거래에 미국 금융기관이 관여하지 못하게 막도록 재무부에 의무를 부과했다. 행정부에 강력한 의무를 부과해 북한이 달러 거래를 위해 미국 금융시스템에 접근하는 통로를 막고 핵개발이나 미사일 실험에 쓰이는 자금줄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앤디 바 의원(공화·켄터키)은 “외국 은행들은 북한에 이롭게 하는 거래를 하든지, 미국과 거래를 하든지 선택할 수 있다. 둘 다는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미국과 동맹국의 현 대북제재로는 북한이 미국 금융시스템에 접근하는 걸 완벽하게 막지 못하기 때문에 더 강력한 법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바 의원의 설명이다. 9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금융시스템과 무역 거래에서 북한을 고립시키는 내용의 대북 독자제재 행정명령 13810호에 서명한 바 있다.

웜비어법은 또 북한 정권에 도움을 주는 거래를 방조하는 외국 정부에 대한 금융지원을 차단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동 국가들이 북한 정권과의 거래를 방조하거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세계은행 등의 차관 지원도 받지 못하게 된다.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외국 기업도 미국의 금융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법안이 상원을 통과할 경우 국제사회의 눈을 피해 북한과 불법 거래를 하는 중국 은행이나 아프리카 국가 등에 대한 미국의 독자 제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하기 위한 미 의회의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공화·캘리포니아) 등 외교위원회 소속 공화, 민주당 의원 16명은 이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여러 번 밝힌 것처럼 미국은 북한과 협상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면서도 “아직 그 수준까지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아직 테이블에 앉아 대화할 진지한 자세가 돼 있지 않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주, 지지난 주와 똑같다”며 북한이 비핵화를 결심해야 대화에 나선다는 정책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웜비어법#트럼프#북한#대북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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