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상에 반핵운동단체… “김정은-트럼프, 핵 멈춰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101개국 NGO 468개 연합 ICAN… 유엔 핵무기금지조약 통과 공로
美국무부 “해당조약 지지 안해… 평화상 발표로 입장 바뀌지 않아”

6일(현지 시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의 베아트리세 핀 사무총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에게 전달할 메시지가 없냐는 로이터통신의 질문에 “핵무기는 불법이며 그 사용을 위협하는 행위와 보유 그리고 개발 역시 불법이다. 그들은 멈춰야 한다”며 둘을 함께 비난했다. 이어 “북한과 미국, 일본과 한국 시민이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억제(deterrence)라는 것은 무분별한 살상으로 서로를 위협하는 개념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을 지시할 수 있고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에 많은 이가 깊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ICAN은 세계 101개국 소속 468개 비정부기구(NGO)로 구성된 연합체다. 1985년 노벨 평화상 수상 단체인 핵전쟁방지국제의사회(IPPNW)가 주도해 2016년 12월 호주 멜버른에서 처음 조직된 NGO로, 이듬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공식 출범했다. ‘오타와 협약’으로 불리는 대인지뢰금지협약을 이끌어 1997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지뢰금지국제운동(ICBL)을 롤모델로 삼았다.

ICAN도 세계에서 핵무기를 없애자는 취지의 핵무기금지조약이 올해 7월 유엔 총회에서 122개국의 찬성으로 통과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ICAN이) 모든 관련 당사자가 협력해 핵무기를 폐기하는 노력을 이끄는 원동력 역할을 해왔다”고 공적을 밝혔다. 대인지뢰와 생화학무기 등에 대한 국제적인 법적 금지 노력은 있었지만 핵무기에 대해서는 비슷한 움직임이 없었음을 지적하고 “ICAN이 이 공백을 메우는 데 도움을 보탰다”고 평가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ICAN에 축하의 뜻을 보낸다. 핵무기 없는 세상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하다”며 수상을 환영했다. 하지만 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미국은 수상자 발표 후 “오늘 발표는 (핵무기금지조약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 미국은 해당 조약을 지지하지 않고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성명에서 “불행히도 우리는 전반적인 안보 환경의 악화와 특정 국가(북한과 이란 등)의 핵 역량 강화를 지켜보고 있다”며 “(핵무기금지조약은) 세계를 더 평화롭게 만들지 못할 것이며 그 어느 나라의 안보도 증진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약이 법적 효력을 얻으려면 50개국 이상의 비준이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가이아나, 태국, 교황청만 비준한 상태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노벨 평화상#핵무기폐기국제운동#트럼프#김정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