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보기관 “北 ICBM, 내년이면 美본토 타격할 수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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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정전일, 긴장의 한반도]美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 보고서, 본토 위협 예상시점 2년 앞당겨
美하원 ‘北 원유수입 봉쇄’ 법안 가결
국무부 “北돕는 中기업-개인 곧 제재”… 中 “세컨더리 보이콧 용납못해” 반발

압록강 철교엔 화물차 행렬 26일 오후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와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조중우의교를 건너
 북한에 들어갔던 화물차들이 다시 중국 쪽으로 나오고 있다. 27일 북한이 추가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북-중 접경지대에는 조용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단둥=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압록강 철교엔 화물차 행렬 26일 오후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와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조중우의교를 건너 북한에 들어갔던 화물차들이 다시 중국 쪽으로 나오고 있다. 27일 북한이 추가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북-중 접경지대에는 조용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단둥=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북한이 정전협정일인 27일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계속된 26일에도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압록강 철교는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화물차 행렬로 북적였다. 오전에는 평소보다 많은 중국 화물차가 대북 수출 화물을 싣고 압록강 철교를 넘어갔다고 현지 중국인들이 전했다. 압록강단교에도 관광객들이 몰렸고 압록강에서 수영하는 단둥 시민들도 보였다. 압록강 건너 북한 지역에 지난해 여름 세워진 철조망만이 냉랭한 북-중 관계를 실감케 했다.

하지만 북한 측은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단둥 인근의 후산창청(虎山長城) 지역에서 유람선을 타고 북한 신의주 지역을 촬영하는 취재진을 향해 북한 군인이 총을 겨누거나 돌팔매질을 하기도 했다. 중국인 뤼(呂·47)모 씨는 “미국이 강경하고 중국도 제재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다시 미사일을 쏜다면 김정은은 정말 겁이 없는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만 불쌍하다”고 혀를 찼다.

이달 4일에 이어 불과 3주 만에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이는 악화 일로인 미중 주요 2개국(G2) 갈등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 및 개인 제재)을 본격화하는 실력 행사를 할 경우 4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마련됐던 미중 협력 전선을 완전히 균열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구두 압박은 전방위적이다. 미국이 북한에 사상 최대의 고강도 제재를 가하도록 하는 대북제재 법안이 찬성 419표, 반대 3표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25일(현지 시간) 미 하원을 통과했다. 법안에는 △북한의 원유와 석유 제품 수입 봉쇄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 △북한 선박과 유엔 대북제재를 거부한 국가의 선박 운항 금지 △북한 온라인 상품 및 도박사이트 차단 등 제재 방안이 담겨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같은 날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기업과 개인에게 주저하지 않고 일방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중국 대상의 세컨더리 보이콧을 핵심으로 하는 대북제재를 조만간 시행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북-중 국경에서 이뤄지는 금융거래를 더 감시해야 한다”며 “미국은 이곳에서 자행되는 불법무역을 막는 것을 돕는 ‘세관 지원’을 제의했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북한이 내년쯤 핵 탑재가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미 국방부 산하 정보기관인 국방정보국(DIA) 보고서 내용을 공개했다. 당초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만한 ICBM을 만들기까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던 기간을 2년이나 앞당긴 것이다.

북한이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진행 중인 북한 ICBM급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더욱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움직임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는 이날 워싱턴 민간단체인 중미연구소(ICAS)가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은 미국 국내법을 중국에 적용한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제의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미국의 ‘세관 지원’ 제의를 거부했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4월 핵실험 위기 때 중국이 북한에 파이프라인으로 공급하던 원유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북-중 관계가 최악인 상태”라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도 제재를 중단하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주북한 중국대사관이 25일 개최한 중국군 건군 90주년 행사에 고위급인 강순남 북한 인민무력성 부상이 참석해 리진쥔(李進軍) 북한 주재 중국대사와 만나 눈길을 끌었다. 표면상으로는 북-중 관계가 좋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로 보인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단둥=정동연 채널A 특파원 / 김수연 기자
#북한#미사일#대북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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