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6·25 이후 최고 위기” 발언 의미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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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외교전 이후]‘무력충돌 임계점 직전이 대화 적기’ 판단… 한미일 정상회담서도 ‘군사적 옵션’ 배제

문재인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현재의 한반도 상황을 “6·25전쟁 이후 최고의 위기이고, 위험한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열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에서다.

문 대통령의 이 언급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로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나드는 현 상황이 전후(前後) 한반도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북한이 4일 발사한 ICBM급 미사일은 미국의 ‘마지노선’이었던 미 본토 타격까지 가능한 수준이다. 문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에게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ICBM이라면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도 사정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미사일로부터 턱밑까지 위협당한 미국은 무력시위 수준을 높이고 있다. 8일 처음으로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B-1B가 대북 실폭격 훈련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 정부도 이 같은 미국의 무력시위 기조에 동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4일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한미 미사일 연합 무력시위를 미국 측에 먼저 제안했다. “최고의 위기”라는 문 대통령의 설명은 결국 최근 북한과 한미가 힘과 힘의 대결을 벌이는 양상을 둔 것이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위기 상황을 강조한 것은 다른 측면으로 보면 치닫고 있는 긴장 고조가 곧 대화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위기는 기회라고 하듯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제재와 압박을 높여가는 동시에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작은 군사적 움직임이라 할지라도 큰 파국을 불러온다는 점을 북핵 당사국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무력 충돌의 임계점에 다다르기 직전인 지금이 대화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또 한미일 정상들이 군사적 행동 카드는 쓰지 않겠다고 합의한 것도 위기 속 대화의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3국 정상회담에서 군사적 옵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며 “평화적인 해결 방법을 추구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까지 북한은 대화로 나오기 직전에 최대 수준의 도발을 해 왔다”며 “ICBM급 발사까지 감행한 것은 곧 북한과의 대화의 문이 열릴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한미가 경쟁적으로 무력시위에 나서는 것은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기 전 ‘계체량 경쟁’에서 이겨 협상에서 최대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행보라는 것이다.

함부르크=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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