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악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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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결산]문재인 대통령, 특파원들에 밝힌 뒷얘기
“트럼프, 악수할 때마다 말 나와 오히려 자신이 조심스럽다고 고백… 나와의 궁합 ‘그레이트 케미스트리’ ‘베리 베리 베리 굿’이라며 큰 환대… 미국인들, 촛불혁명 인상깊었는지 평화적 교체된 대통령 굉장한 존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레이트 케미스트리(great chemistry·아주 좋은 궁합)’라는 표현을 쓰고, ‘베리 베리 베리 굿(very very very good)’이라고도 하더라.”

문재인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가진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케미스트리(궁합)가 잘 맞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기간 임기를 같이하게 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뜻이 잘 맞았다”며 “기대 이상으로 대단히 환대와 대접을 잘 받았다”고 말했다. 방미 성과에 만족하는 듯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외국 정상을 당황하게 하는 트럼프와의 악수에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첫 악수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악수에) 관심이 많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 나는 악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는 것. 트럼프는 “악수를 이렇게 하면 이렇게 한다고, 저렇게 하면 저렇게 한다고 말이 나와서 오히려 악수가 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고 문 대통령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대한민국의 위상이 달라졌다. 특히 촛불혁명에 대한 인상이 깊었는지 평화적 정권 교체와 그렇게 교체된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굉장한 존중을 보여줬다”며 “오히려 세계는 우리를 대접하는데 우리가 스스로 낮춰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남북 대화 주도 제안에 대해서도 미국분들은 너무나 당연한 주장으로 받아들였는데, 우리 언론이나 국내에서는 우리가 가진 생각들이 미국의 생각과 달라 혹시 갈등이나 한미 동맹이 흔들릴 일이 있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과 워싱턴에서 논란이 된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의 ‘북한 도발 중단 시 한미 연합훈련 축소’ 발언에 대해서도 분명한 소신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문 특보를 ‘문정인 교수’라고 지칭하면서 “문 교수는 청와대 상근 특보가 아니다. 필요할 때 자문하는 관계이다. 교수 개인 자격으로 정부 돈을 쓰지 않고 (미국에) 간 것으로 대통령의 입장을 말한 게 아니다”라면서 “우리도 토론문화가 좀 열렸으면 좋겠다. 그런 발언은 문 교수가 처음 한 게 아니다. 외국에서도 하는 얘기다. 그런 얘기는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언급한 것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공동성명에) 합의된 것만 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문서로 확인된 것 아니면 법적 의미가 없다는 것으로, 오랜 변호사 생활을 통해 체화된 문 대통령의 ‘리걸 마인드(legal mind·법률가적 인식)’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공직자들이 골프를 치는 데 대해선 “골프에 대해 아무 생각 없다. 부정적 생각도 없다. 업무시간 외에는 자유”라며 “연차휴가는 다 쓰도록 하라. 청와대 직원들은 모두 (연차휴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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