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비자금 관리’ 北간부 “러시아서 매년 20만~30만t 석유제품 들여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8일 1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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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까지 싱가포르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매년 석유제품 20만~30만t을 수입해 왔다고 일본 교도통신과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8일 보도했다. 김정은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 전 간부 리정호 씨(59)의 인터뷰에서 나온 내용이다. 리 씨는 중국 다롄(大連)에 거주하다 2014년 가족과 한국으로 망명했으며 현재 미국 워싱턴 근교에 살고 있다.

리 씨는 인터뷰에서 “1990년대부터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연간 20만~30만t을 들여왔는데 이것이 북한 정권을 유지하는 생명줄”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계약을 맺은 싱가포르의 중개업자가 러시아 원유회사와도 계약을 맺고, 블라디보스토크와 나홋카에서 유조선을 통해 북한으로 석유제품을 보낸다고 했다.


또 그는 “중국이 공급하는 원유를 정제한 가솔린과 경유는 17만~20만t이지만 군이 독점한다. 반면 러시아산은 자동차, 선박, 열차 등 폭넓게 유통돼 북한의 시장경제는 중국보다 러시아 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2014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북한 대신 한국을 찾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반발하면서 ‘중국과 모든 정상적인 관계를 차단하고, 러시아 및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무역을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통신은 “다른 북한 관계자에 따르면 서류를 위조해 러시아산 연료를 중국용으로 사들인 뒤 실제로는 북한으로 보내는 양이 상당한데, 이는 공식통계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미국이 이달 초 러시아 석유회사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것도 이런 상황을 감안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도 최근 리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리 씨는 자신을 “1998년~2004년 39호실 대흥총국 무역관리국장으로 일하며 무역산업 전반을 지도했다”고 소개했다. 북일 무역,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연료 조달, 대(對)중국 석탄 수출 등을 담당했다. 39호실은 농수산물 수출과 해운을 담당하는 대흥총국, 가공무역과 중계무역을 담당하는 대성총국 등 크게 5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그는 “대흥총국 산하에만 수백 개의 기업이 있으며 근로자 수도 수만 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도쿄=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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