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 계승 천명… “北 말따로 행동따로 고쳐야” 경고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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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남북공동선언 17주년]문재인 대통령 기념사 ‘北에 대화 손짓’

박수치는 이희호 여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가 1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6·15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를 들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박수치는 이희호 여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가 1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6·15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를 들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5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6·15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은 시종 밝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9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하면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개회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동안 중앙정부가 (진영이) 다른 정부여서 서울시가 할 수 없이 이 행사에 돈을 댔다”며 “이제 중앙정부가 가져가도 좋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환하게 웃으며 박수로 화답했다.

기념식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정세균 국회의장, 박명림 김대중도서관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관계자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여사 옆자리에 앉아 기념식을 지켜본 문 대통령은 이 여사에게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꼭 좋은 세상 보시라”고 덕담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 ‘제재와 대화 병행’ 원칙 재천명

9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한 발짝도 물러나거나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문 대통령은 이날도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6·15공동선언과 10·4남북선언의 존중과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핵과 미사일 고도화로 말 따로 행동 따로인 것은 바로 북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대로 노력할 것이다. 북한도 그렇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6·15선언의 기조는 이어가겠지만 지금과 같은 북한의 태도는 잘못됐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또 “저는 무릎을 마주하고,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기존 남북한 합의를 이행해 나갈지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도 했다. 제재 기조 속에서도 물밑에서 민간 교류의 물꼬를 트겠다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다시 밝힌 셈이다. 문 대통령이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 대북 라인에 10·4남북정상회담 실무자들을 배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햇볕정책’ 의미 거듭 강조

문 대통령은 이날 햇볕정책의 의미를 강조하는 데 기념사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큰 발걸음은 남북 화해와 평화, 햇볕정책에 있었다”며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관계는 새롭게 정립되고 발전돼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김 전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은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했다. 금창리에 제2의 지하 핵시설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며 “결코 순탄대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던 시점에서 햇볕정책을 펼치고, 종국에는 남북 정상회담까지 성사시켰던 DJ처럼 문 대통령도 북한의 도발을 딛고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 “남북 합의 법제화” 어떻게?

문 대통령은 이날 그동안의 남북 합의를 법제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1972년 7·4남북공동성명부터 2007년 10·4남북선언까지 차례로 언급한 뒤 “남북 당국 간의 이러한 합의들이 지켜졌더라면, 또 국회에서 비준되었더라면 정권의 부침에 따라 대북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체결된 역대 남북 협정 내용을 취합해 공통된 사항들을 정리하고, 이를 구속력 있는 규정으로 명문화하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복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의 방향이 달라지는 일을 더 이상 반복하지 말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북정책에 대한 진보와 보수 진영의 온도 차가 뚜렷한 상황에서 법제화 추진은 향후 정국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새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민간 교류를 거부하고 도발을 거듭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법제화 과정에서 이번 대선 기간 뿔뿔이 흩어진 보수 진영이 오히려 뭉치는 ‘반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이뤄진 7·4남북공동성명을 언급한 것은 보수 진영의 반발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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