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돈, 은행으로…5대銀, 요구불예금에 25조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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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5월 12일 0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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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의 모습.ⓒ News1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의 모습.ⓒ News1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꼽히는 요구불예금은 올해 들어 5대 시중은행에서만 25조원 넘게 늘어났다. 기준금리 인하 지연으로 주식, 코인(암호화폐),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약세를 보임에 따라갈 곳 잃은 돈이 은행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16조3371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말(590억7120억원)보다 25조6251억원 급증한 수치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3월 말엔 647조8882억원까지 치솟았으나, 4월 HD현대마린솔루션 등 대형 공모주 기업공개(IPO) 청약 증거금(약 25조원) 등으로 자금이 일시적으로 빠지면서 줄었다. 증권사로 잠시 이동했던 청약 증거금이 이달 다시 은행으로 돌아오면 요구불예금은 더욱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구불예금은 수시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을 말한다.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어 이자율은 연 0.1% 수준에 불과하다. 은행 입장에선 자금 조달 비용이 거의 없는 ‘공짜 예금’인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계속 미뤄지면서 주식과 암호화폐,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약세가 지속됨에 따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일단 은행에 머무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기성 자금이 늘어난 것은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대로 떨어지는 등 이자 수익에 대한 매력이 낮아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1년 만기 기준)의 기본금리는 연 2.60~3.60%로 2%대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연 4%대 예금도 적지 않았으나,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고금리 정기예금이 자취를 감추자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872조8820억원으로, 2개월 새 13조원가량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거듭 미뤄짐에 따라 자산시장 불확실성도 지속될 것”이라며 “은행권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 증가세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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