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치는 트럼프에 “시진핑, 군사충돌 방지 모종의 양보” 관측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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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한반도 위기설]美中정상, 회담 4일만에 北관련 통화

한반도에 전쟁 위기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1일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해 거수하고 있다(왼쪽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한반도 해역에 칼빈슨 항모 전단을 급파한 것은 김정은 정권에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TV 화면 캡처·동아일보DB
한반도에 전쟁 위기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1일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해 거수하고 있다(왼쪽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한반도 해역에 칼빈슨 항모 전단을 급파한 것은 김정은 정권에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TV 화면 캡처·동아일보DB

북한이 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할 경우 요격 등 군사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군사적 압박이 후견국 중국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12일 오전(미국 동부 시간) 공개된 트럼프의 트위터 내용은 전날 밤 정상회담 후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반도에 몰아치고 있는 군사적 충돌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모종의 양보를 했다는 취지로 읽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인용해 시 주석이 트럼프의 요청(invitation)에 응해 전화를 먼저 걸었다고 보도했다. 양측 모두 두 정상 간 오간 정확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가 사용한 ‘매우 좋은 전화 통화’라는 표현은 대략의 정황을 추측할 수 있게 한다. 이에 앞서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 정부에 충분히 겁을 줬다”며 “중국은 분명 북한에 압력을 넣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직 결과를 단정하긴 이르지만 군사 공격 가능성을 흘리면서도 결정적인 패(공격 여부)를 보여주지 않는 트럼프의 ‘불확실성 대북 전술’이 중국을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군사 공격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보다는 중국이 대북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만들기 위한 지렛대 또는 협상 칩으로 사용하는 초강력 압박 카드가 먹히고 있는 것이다. 충돌을 우려한 중국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북-중 간 소통 움직임을 빨리 하는 등 판을 흔드는 데는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는 12일 미국 폭스비즈니스 방송 인터뷰에서 한반도로 칼빈슨 항모 전단을 급파한 것은 15일 김일성 생일을 전후한 북한의 전략 도발을 막기 위한 것임을 명확히 했다.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라크 모술 공격 계획을 4개월 전에 밝혀 이슬람국가(IS)가 준비할 시간을 줬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나는 오바마와 다르다. (북한에 대한) 군사 조치에 대해 (먼저)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그(김정은)가 잘못하고 있다”는 말을 두 번 반복했다. 또 “우리(미국)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항공모함보다 훨씬 강력한, 매우 강력한 잠수함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항모 전단에 포함된 핵추진 공격 잠수함까지 거론하면서 ‘핵·미사일 실험을 하면 요격 등 군사적 조치를 하겠다’는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숀 스파이서 미국 백악관 대변인도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공격 방식이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비밀을 유지한 뒤 때가 되면 기습적으로 작전에 나서되 상대방이 한 악행에 비례하는 타격을 준다’는 것이 골자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면 미국은 요격 실험을 하겠다는 시나리오와 맞아떨어진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조치 등)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지만 자신이 어떻게 대응할지 카드를 보여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난주 시리아 공습 때처럼 행동에 나설 때는 미국의 입장이 무엇인지 매우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단호하게 (도발에 대해) 비례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공격) 준비가 되면 대통령이 발언할 것이라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의 말 역시 대북 공격이 예고하지 않은 시점에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고 레드라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라는 경고였다.


하지만 스파이서 대변인은 칼빈슨 항모 전단 파견의 우선적인 목적은 북한의 나쁜 행동을 억제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항모 전단은 우리가 전략적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엄청난 억지력”이라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 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6, 7일 미중 정상회담 전 북한과 중국에 대한 경제·정치적 압박을 강화하고 군사적 옵션은 장기적으로 고려하는 대북 접근법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군사적 공격에 대해 “뒤로 미뤄둔 상태(on the back burner)”라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일방적 군사 조치보다 일단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해 북한의 핵 개발을 포기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무역적자 문제와 북핵 문제를 연계하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 한기재 기자
#트럼프#시진핑#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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