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선언을 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최혁중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제2의 고건이 될것’이라는 정치권의 시각이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반 전 총장은 1일 오후 3시 30분 께 국회에서 예고 없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그동안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 전 총장이 지난 2007년 17대 대선레이스에서 '제3지대론'으로 부상했다가 중도 사퇴한 고건 전 총리의 사례를 따르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었다.
특히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1월 중반부터 라디오 등을 통해 “반기문 카드는 필패다. 일찌감치 종쳤다”라고 단언하며 “지지율이 설 연휴가 지나도 답보 상태나 하락세면 제2의 고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굉장한 무게감 있는 후보로 입국을 했는데 날이 갈수록 지지율은 올라가기는커녕 내려가 버리면 그거는 제2의 고건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건 전 총리는 2006년 초부터 ‘대망론’ 바람이 일기 시작해 한때 지지율 30%대를 기록했으나 끝내 정치 기반을 닦지 못해 2007년 1월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당시도 고 전 총리는 반 전 총장처럼 제3지대에서 정치교체를 내세웠지만, 오히려 그런 전략이 제도권 정치인들과 손닿지 않는 '제4지대'로 떠밀리게 만들었다.
결국 고건 바람은 잦아들었고 서울시장을 지낸 이명박 후보의 바람이 새롭게 불었다. 고 전 총리가 불출마를 선언 했을 때 그의 측근은 “현실정치의 한계를 느꼈다는 것이 고 전 총리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 역시 입국 전부터 폭발적인 지지율로 돌풍을 예고했으나 정작 입국 후에는 날이갈수록 떨어져 1위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격차가 벌어졌다.
고 전 총리와 반 전 총장은 ‘직업 공무원’ 출신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정치를 하려면 온갖 음해나 모함 등을 견뎌낼 수 있는 '깡'이 있어야 하는데, 윗분의 뜻을 받드는 데 익숙한 임명직 공무원 출신들은 그런 점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반기문 캠프에선 “대선을 중도 포기할 가능성은 0%다. 지지율은 곧 반등할 것(이상일 전 의원)”이라고 희망을 걸었으나 현실은 냉혹했다.
세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가 설 직후인 30일 성인 1011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반 전 총장은 문 전 대표 지지율 32.2%의 절반도 못 미치는 13.1%로 폭락했다.
여권에선 ‘반기문 카드’를 버리고 황교안, 유승민, 남경필 등 다른 대권잠룡을 키우는 방안을 고민하는 분위기가 커졌다.
결국 반 전 총장은 이날 “정치 활동 뜻 접겠다. 많은 분들께 실망 드려 죄송”하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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