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보모, 남성 조력자 2명 등 정유라 씨 일행이 덴마크 올보르 은신처를 빠져나갈 당시 이용한 차량과 트레일러가 정 씨와 삼성의 말 거래를 중개한 헬그스트란 승마장 주인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 씨 소유의 다른 승마장에서 발견됐다.
동아일보가 13일(현지 시간) 찾은 덴마크 올보르 외곽 우게르할네 승마장 주차장에는 정 씨가 독일에서 타고 온 폴크스바겐 밴이 발견됐다. 이 밴은 넓은 공터인 주차장 구석에 주차돼있었다. 정 씨 일행이 짐과 개, 고양이 등을 옮길 때 쓴 것과 같은 트레일러도 발견됐다. 정 씨의 옛 은신처 앞집 주민이 이사 당시 찍은 사진의 트레일러와 일치했다. 주차장에는 이 트레일러를 포함해 말을 옮길 때 쓰는 트레일러 14대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당초 정 씨 일행이 이 승마장에 새 은신처를 마련했다는 의혹이 일었지만, 이들은 이미 노출된 폴크스바겐 차량을 승마장에 맡기고 새 차량을 구해 덴마크 당국이 마련해준 새 은신처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립한 지 50년이 넘은 우게르할네 승마장은 정 씨가 말을 탔던 헬그스트란 승마장에서 불과 400m 거리이며, 헬그스트란 씨가 2015년 구입해 새롭게 단장했다. 덴마크 언론에 따르면 말 50필을 보관할 수 있고, 20x60m 규모의 승마시설 두 곳을 가지고 있다.
덴마크 경찰은 한국 정부가 보낸 범죄인 인도청구 서류를 바탕으로 다음 주 3일에 걸쳐 정 씨를 조사한 뒤 주말까지 검찰에 심문 내용을 보고할 예정이다. 정 씨 송환 여부는 이달 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재철 주덴마크 대사는 13일 덴마크 경찰청장과 코펜하겐 경찰청장을 30분 동안 만나 정 씨의 범죄인 인도청구 심사를 신속하게 처리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 씨는 1일 체포되기 직전까지 덴마크에서 쇼핑을 즐기고 독일에서 한국식품을 조달해 입맛에 맞는 생활을 누린 것으로 파악됐다.
본보가 11일 정 씨 일행이 떠난 집에서 나온 쓰레기봉투를 확인해보니 가격표조차 뜯지 않은 여성용 S사이즈 새 가디건 등 정 씨 옷으로 보이는 옷가지가 여럿 나왔다. 이 옷은 덴마크에서 파는 브랜드로, 가격은 400크로네(6만8000원)로 적혀있었다.
또 다른 쓰레기봉투에서는 독일 수입 라벨이 붙어있는 새 한국 라면이 수십 봉지 발견됐다. 라면 유통기한이 올해 5월 6일까지로 적혀있던 것으로 볼 때 최근까지도 독일을 오가며 '원정 장보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올보르에도 한국식품을 파는 아시안마트가 한 곳 있지만 품목이 적어 입맛에 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마트 주인은 기자가 정 씨와 조력자 이모 씨 사진을 보여주자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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