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만 촛불 우롱” 시민들 분통… 주말 촛불 더 거셀듯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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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3차 담화’ 반응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세 번째 대국민 담화에서도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거취까지 국회에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자 국민의 분노는 더 끓어올랐다. “평화적으로 타오르던 촛불에 기름을 부은 모양새”라는 반응도 나왔다.

 이에 따라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6차 촛불집회도 역대 최대 인원(주최 측 추산 190만 명)이 참가했던 5차 집회 이상의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이젠 횃불시위를 해야 할 판”

 검찰이 최순실 씨(60·구속 기소) 국정 농단의 공범으로 지목한 박 대통령이 25일 만에 다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죄드립니다”라고 했지만 국민의 반응은 냉담했다. “털끝만큼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고, 주체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회사원 박경호 씨(41)는 “본인의 판단 없이 국회에 떠넘기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에 또 한 번 실망했다. 퇴진까지 남이 챙겨줘야 하나”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택시 운전사 이용희 씨(53)도 “끝까지 자기 책임이 아니라는 식으로 두루뭉술한 얘기를 늘어놓는 걸 우리가 왜 듣고 있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25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 0%가 나온 20, 30대의 분노는 더 거셌다. 대학생 김지훈 씨(26)는 “190만 명이 모인 촛불집회까지 열고 있는데 책임을 회피하고 자신의 퇴진 결정을 국회로 미뤄버렸다”며 분개했다. 최진희 씨(22·여)도 “불명예 퇴진을 해야 할 대통령이 정치 꼼수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평화적인 촛불집회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는 반응도 나왔다. 회사원 김병재 씨(37)는 “얌전히 촛불만 들었더니 얕잡아보고 자진 사퇴를 하지 않겠다는 속셈”이라며 “이젠 횃불시위를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 “궤변과 꼼수” vs “할 만큼 했다”

 매주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과 참여연대는 6차 촛불집회를 여는 다음 달 3일을 ‘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로 선포했다. 퇴진행동은 “대통령의 발언은 진심도 반성도 들어 있지 않은 꼼수”라며 “분노한 국민이 촛불을 들고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또다시 국민을 기만하고 변명으로 일관한 연설”이라며 “대통령은 여전히 억울하다는 식으로 남의 탓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30일에도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예정돼 있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에 돌입하며 퇴진행동과 함께 오후 6∼8시 문화제를 연 뒤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할 계획이다. 주최측은 3차 대국민 담화의 역효과로 당초 신고한 인원 2만 명보다 더 많이 모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보수단체들은 “할 만큼 했다”며 ‘명예로운 퇴진’이 가능하도록 국회가 뜻을 모을 것을 촉구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한 말은 앞으로 성실히 수사를 받겠다는 의미인 동시에 법과 절차에 따라 퇴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퇴진 반대 ‘맞불 집회’를 열었던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행동’의 서경석 목사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는 대통령의 말에 가슴이 아팠다”며 “정치권은 더 큰 국가 혼란을 방지하고 국정을 수습할 명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담화는 또 다른 숙제를 남겼다고 본다. 물러나겠다는 의사 표현을 했다는 점은 달라진 점이나 탄핵을 피하려는 의도라고 해석될 수 있어 촛불 열기는 식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길호 kilo@donga.com·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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