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출마 선언뒤 ‘배낭토크’ 떠난 이정현 7일 새누리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이정현 의원이 배낭을 멘 채 서울 여의도 당사를 떠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청원 의원새누리당 8·9전당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시계 제로’ 상태다. 유력 주자였던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최경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전당대회 룰도 어느 정도 정비됐지만 출전 선수, 완주 여부 등 다양한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친박계가 띄운 ‘서청원 등판론’의 현실화 여부가 전당대회 레이스의 핵심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 ‘생각 없다’던 서청원, 미묘한 기류 변화
5, 6일 이틀 동안 20여 명의 친박계 의원은 서 의원의 결단을 요청했다. 7일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마련한 재선 의원과의 오찬에서도 상당수 의원은 ‘서청원 출마 불가피론’을 언급했다고 한다. 서 의원 측의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서 의원과 가까운 한 친박계 의원은 “장고 중이지만 출마 가능성은 상당히 올라갔다”라고 전했다. 퇴로 없는 불출마에서 출마 쪽으로 길을 열기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서 의원 측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점은 변수다. 서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는 “8선 의원으로 정치 인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후배들과 당권 경쟁을 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 의원이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에 대한 집념이 커 ‘대표 경선 리스크’를 감수할 것이냐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당의 화합과 ‘맏형 리더십’을 강조해 서 의원의 출마 명분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이정현 출마 강행, 친박계 분화
친박계의 교통정리 여부도 이번 전대의 변수로 꼽힌다. 친박계 이정현 의원은 예고대로 7일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겠다. 모든 기득권을 철저히 때려 부수겠다”며 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강행했다. 이 의원은 “출마 선언은 경선에 나간다는 것”이라며 완주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출마 선언 뒤 곧바로 “배낭 토크를 위해 경기 북부 지역으로 출발한다”고 했다.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한선교 의원도 10일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친박계 주류인 홍문종 의원도 주말경 최종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가 ‘각자도생’에 나서면 ‘서청원 등판론’은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다만 친박계 핵심 의원은 “서 의원이 출마하면 친박계 표가 자연스럽게 서 의원에게 쏠려 다른 친박계 후보들은 설령 완주하더라도 변수가 안 된다”라고 잘라 말했다.
사전 경선을 통한 컷오프제를 도입해 인위적인 ‘친박계 후보 단일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교통정리에 실패할 경우 친박계가 차선책으로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다.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컷오프제 도입 여부를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위임했다. 선관위원 중 친박계나 원외 인사들은 대체로 컷오프제 도입에 긍정적이다.
○ 다시 ‘김무성 대 서청원’?
서 의원이 출마하면 2014년 전대에 이어 다시 김무성 전 대표와 서 의원이 맞붙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전 대표 측은 최근 전국 조직을 정비하고 지지자들과의 대규모 회합도 구상하고 있다. 김 전 대표가 대선 행보에 앞서 자신의 지지세를 비박(비박근혜)계 단일 후보에게 몰아준다면 비박계 후보가 김 전 대표를 대신해 서 의원과 대리전을 치르게 되는 셈이다. 친박계가 후보 단일화를 이룬다 해도 힘겨운 승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2014년 전대 당시 김 전 대표는 서 의원을 1만5000표 가까이 크게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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