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유지땐 하루 6만원씩 지원… 신산업 발굴 큰그림 안보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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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조선업 특별고용지원 첫 지정

정부는 30일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면서 구조조정의 새 원칙을 선보였다. 자구 노력이 가능한 대형 3사 같은 대기업보다 절벽에 몰려 있는 협력업체를 지원하는 데 더 집중하겠다는 것. 이날 나온 지원책도 대부분 협력업체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형 3사가 지원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3사 노조가 파업을 하면 국민들에 대한 설득력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며 “임금체계 개편 등 자구 노력 의지 등을 지켜본 뒤 다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파업을 철회하고 구조조정에 노조가 적극 참여하면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선 3사의 동참과 희생이 뒤따라야 하도급으로 얽혀진 조선업 노동시장을 살리고 개혁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조선업이 지닌 기술경쟁력을 활용한 신산업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 협력업체에 정부 지원 집중

이날 나온 지원책에 따르면 경영난에 빠진 협력업체가 근로자를 해고하는 대신에 휴업 휴직 등으로 고용을 유지하면 1인당 하루 6만 원까지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을 준다. 이른바 ‘물량팀’(외부 하청업체) 등 사각지대에 놓인 근로자들의 체당금(사업주의 체불 임금을 정부가 대신해 지급하는 제도)도 지급된다. 물량팀 특성상 여러 작업장을 옮겨 다니며 일해도 각 작업장 근무기간이 모두 합쳐 6개월 이상이면 체당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특별연장급여(실업급여 6개월 연장)는 아직 급하지 않다고 보고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사업 등 해당 지역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의 대체 일감을 적극 발굴해 조선업 실직자들을 우선 채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공공 일자리를 대거 만들어 실직자들을 흡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일부 수용한 것이다. 울산 거제 영암 진해에는 조선업 희망센터를 설치해 실직자들의 재취업을 지원한다.

대형 3사는 지원 대상에서 빠진 것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협력업체들이 혜택을 보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반응했다. 대형 조선업체 관계자는 “제도 자체가 중소업체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기도 하고, 조선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협력업체가 안정돼야 대형 업체가 잘될 수 있는 만큼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일시적 정책으로는 조선업 노동시장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궁극적으로는 조선업의 핵심인 빅3 노사의 동참과 희생이 있어야 조선업 노동시장을 개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역별 희망센터로는 실직자 직업훈련을 내실 있게 하기가 힘들다”며 “조선 3사의 건물과 훈련센터를 적극 활용해 여기서 직업훈련을 시키고, 각종 비용은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세질 노동계의 반발도 변수다. 양대 노총은 이날 “노조의 힘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정리해고를 받아들여야만 지원하겠다는 정부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은 올여름 총파업 등 강력 투쟁을 공언한 상황이라 구조조정의 상당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조선 기술력 활용 신산업 발굴

조선업종 종사자들이 가진 높은 기술력을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일자리를 다수 창출할 수 있는 신산업 발굴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5월 말 중소 조선소들의 유휴 설비를 고부가가치 레저선박 제조 생산 거점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해양 관광 자원을 적극 개발해 ‘해양레저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2002년 도산한 중소 조선사 세크를 레저선박 제조단지로 탈바꿈시킨 이탈리아 비아레조 시나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신흥 레저선박 제조업 강국으로 떠오른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벤치마킹하자는 것이다.

조선업체가 밀집한 도시들을 새로운 ‘창조경제타운’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핀란드에서도 한때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업체였던 노키아가 몰락한 후 일자리를 잃은 고급 소프트웨어 인력들이 1000여 개의 벤처기업을 세워 핀란드 경제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이광형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은 “조선업은 바다 위에 집을 짓는 복합 건설업이라 거의 모든 기술 분야가 포함돼 있다”며 “거제도에 창조경제타운을 만들어 창업을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김창덕·김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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