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철수 사퇴로 3당 모두 비상체제… 정당개혁 사활 걸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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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가 4·13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사건의 책임을 지고 어제 동반 사퇴했다. 국민의당이 출범 5개월여 만에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되면서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3당 모두 비상체제를 맞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제 세 당이 어떻게 뼈를 깎아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느냐에 내년 대선의 명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이번 일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표직 사퇴를 밝혔다. ‘책임 정치’를 강조하는 발언이지만 실체적 책임은 없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러나 국민의당 오너로서 그의 책임은 작지 않다.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리베이트와 회계부정 의혹으로 박선숙, 김수민 의원과 왕주현 사무부총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을 때 안 전 대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했다. 대표를 속이는 ‘측근’을 둔 것도 그의 책임이고, 추상같이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 것도 그의 위기관리 능력 부족이다.

국민의당이 20대 총선에서 38석의 의석에 26.7%의 정당지지율을 얻은 것은 이제는 식상한 표현이지만 ‘새 정치’ 덕분이었다. ‘낡은 정치, 기득권, 부패 척결’을 내건 창당 발기문이나 “부패 관련자는 영구 퇴출시켜야 한다”던 안 전 대표의 주장을 믿고 표를 주었던 유권자를 속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3당이 된 뒤 국민의당이 보인 모습 또한 기존 정당과 바를 바 없었다. 왕 사무부총장이 구속된 이후에도 최고위와 의원총회에서 당헌 당규를 들먹이며 당 차원의 조치를 미적대고 안 전 대표의 사퇴마저 만류했다. 당 전체가 집단적 도덕 불감증에 빠져 있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국 비리로 실형을 살았고 숱한 비리 혐의에 연루돼 수사와 재판을 받았던 박지원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은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자진 탈당을 거부했다는 박선숙, 김수민 의원도 유권자가 정당을 보고 표를 준 비례대표인 만큼 의원직을 움켜쥐고 있을 자격이 없다. 안 전 대표가 정치적 순교자 같은 발언을 하며 자진 사퇴를 택한 것은 자신의 대권 가도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계산일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처럼 부패와 비리에 취약한 당 체질로는 대권의 꿈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을 안 전 대표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영국인들이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접고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한 데는 2009년 폭로된 ‘영국 의회 지출 사건’의 영향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할 것 없이 가족을 의원실에 고용하거나 공금을 생활비로 유용한 사실 등이 드러나 집권 노동당 100명, 보수당 35명의 현역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고도 2010년 정권이 바뀌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국민의당은 과거 ‘관행’으로 넘어갔던 일도 더는 용납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치열한 당내 개혁, 정치 개혁이 없는 정당은 국민의 버림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의당#안철수#천정배#리베이트 의혹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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