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열면 동시다발 청문회… 靑 거부권에 ‘巨野 무력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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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3당 ‘상임위 청문회 4건’ 합의

“(20대 국회가) 여소야대가 됐다는 걸 저쪽(새누리당)에서 빨리 느꼈으면 좋겠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31일 세월호특별법 개정안과 4개 분야의 청문회를 추진하는 내용을 담은 야 3당 원내수석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같이 말했다. 사실상 새누리당을 향해 “국회 권력이 야권에 있으니 원 구성 협상 등에 협조하라”는 경고로 보인다.

이날 야 3당은 ‘국회의장 자율 투표’, ‘상임위 청문회’ 카드를 연이어 꺼내들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20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청문회를 추진하고 나선 건 청와대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맞대응하는 성격도 깔려 있다. 거야(巨野)의 압박에 새누리당은 “의회 독재”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뚜렷한 대응책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 巨野, 전방위 압박

박 원내수석부대표와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여야 원내수석 회동이 끝난 직후 전화 통화로 청문회 대상 안건을 조율했다. 이어 이날 오전에도 다시 만난 뒤 7일 본회의에서 국회의장 자율 투표를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제외한 상태였다.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는 와중에 두 야당이 손잡고 선제공격에 나선 것이다.

자율 투표를 하면 더민주당(123석)과 국민의당(38석)이 과반(150석 이상)이 되기 때문에 여당의 뜻과 상관없이 의장이 결정된다. 국회의장을 야당에 넘기는 대신 상임위 배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새누리당 협상 전략을 두 야당이 무력화한 셈이다.

오후에는 정의당까지 가세해 청문회 추진 계획을 밝혔다. 야 3당이 20대 국회의 첫 야권 공조로 상임위 청문회를 선택한 것은 ‘의석수의 힘’에 따른 자신감에 있다. 또 청와대가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했더라도 야권이 뭉치면 언제든 청문회를 열어 청와대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 청문회 대상 역시 청와대(세월호특별법 개정안, 어버이연합 의혹), 검찰(법조 비리 의혹), 경찰(백남기 씨 물대포 사고) 등 정권의 핵심만 골랐다.

현행 국회법에는 ‘중요한 안건의 심사와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에 필요한 경우’ 각 상임위에서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청와대가 거부한 국회법 개정안에는 이 조항에 ‘소관 현안 조사’를 더했다. 더민주당 고영기 원내행정기획실장은 “국회법 개정안과 상관없이 현행법으로도 상임위에서 의결만 하면 언제든지 청문회 개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19대 국회에서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청문회’ 등 4건의 상임위 청문회가 열렸다.

○ 여, 야권 공조 대응책 없어 고심

새누리당은 즉각 반발했지만 야권의 ‘강공 드라이브’에 브레이크를 걸 방법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김도읍 원내수석은 “상임위 차원에서 야 3당이 공조하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청문회 개최는 상임위 의결로 결정되는데, 여소야대에 따라 모든 상임위에서 야 3당 의원이 여당 의원보다 많기 때문이다. 다만 청문회가 열리더라도 정상적인 진행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청문회 개최는 야 3당이 밀어붙일 수 있지만 증인 채택 등은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 여당이 반대하면 증인 채택 단계에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여야의 원 구성 협상은 이날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국회의장 자율 투표’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원내수석은 “(전날) 국회의장과 상임위 배분은 패키지로 가야 한다고 했더니 (두 야당이) 오늘 아침에 자율 투표를 운운했다”며 “두 야당이 야합하면서 협상 테이블이 깨졌고, 공식 사과 등 협상 재개 명분을 주지 않으면 협상이 어렵다”고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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