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표 “北 회담 제의는 核책임 면피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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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용표 통일, 동아일보-아사히 인터뷰
핵개발-권력유지 위해 대화 공세… 지금은 대화보다 北변화 이끌 때
9월 北인권법 발효되면 실태조사

홍용표 통일부 장관(사진)은 북한의 남북 군사당국회담 개최 제안에 대해 “비핵화에 대한 의지 표명이 없는 지금 대화를 재개하는 것은 핵개발을 계속하고 김정은 권력을 이어가려는 북한에 매달리는 꼴”이라고 일축했다. ‘북핵 문제를 담판 짓기 위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남북정상회담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며 “지금 정상회담을 얘기할 단계도, 고려하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가진 동아일보-일본 아사히신문 공동 인터뷰에서 “북한에 (비핵화를 위한) 대화 의지가 있는 것인가 반문했을 때 (내) 대답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홍 장관은 북한의 군사회담 주장을 “핵개발 책임을 덮고 넘어가려는 면피용”으로 봤다.

북한이 7차 노동당 대회를 마친 뒤 파상적인 대화 공세를 본격화하는 데 대해 홍 장관은 지금은 대화보다는 변화를 이끌 중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스위스 러시아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해 “북한과 교류가 있거나 우방이던 국가들까지 북한 핵개발에 반대하고 제재에 동참하고 있어 굉장히 의미가 크다”며 “지금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낼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홍 장관은 “9월 3일 북한인권법이 발효되는 대로 정부 차원의 첫 북한인권 실태 조사에 바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20일 북한은 국방위원회의 중대 제안으로 군사회담 제안 수용을 요구했다. 21일에는 서해 통신선을 통해 인민무력부 명의로 5월 말∼6월 초 남북 군사당국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 접촉을 제의했다. 홍 장관은 22일 추가 답변에서 “북한이 핵 보유 의지를 강하게 밝히고 핵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저렇게 마이웨이 하는 상황에서 잘못된 대화나 교류협력을 하는 것은 (남북 관계를) 돌이킬 수 없이 후퇴시키는 선택이 될 수 있다”고 거듭 역설했다.

 
▼ “北 비핵화 이끌어낼 절호 기회… 대화에 매달리진 않을것” ▼

“섣부른 대화 위험”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동아일보-일본 아사히신문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실질적인 북한의 비핵화와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이날 “1보 전진하려다가 (남북관계가)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엄청나게 후퇴할 수 있다”며 북한의 대화 공세에 경계감을 
나타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섣부른 대화 위험”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동아일보-일본 아사히신문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실질적인 북한의 비핵화와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이날 “1보 전진하려다가 (남북관계가)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엄청나게 후퇴할 수 있다”며 북한의 대화 공세에 경계감을 나타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북한이 군사회담, 대화를 주장했다. 북한으로서는 대화가 시작되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대화)을 잘못 받아들이면 1보 전진하려다가 (남북 관계가)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후퇴할 수 있다는 절박감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20일 동아일보-일본 아사히신문 공동 인터뷰에서 “(남북) 군사회담도 비핵화에 대한 얘기 없이는 진정한 평화를 위한 대화가 어렵다는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인터뷰는 동아일보 정치부 김영식 차장과 아사히신문 마키노 요시히로(牧野愛博) 서울지국장이 교차 질문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홍 장관은 ‘한반도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한 남북 간 핫라인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도 “우리가 사정하면서 (남북 군사 핫라인을) 만들 필요도 없고, 그럴 상황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홍 장관은 “지금은 (정부 초기에) 얘기했던 민생 인프라 지원, 교류 협력을 추진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비핵화로 돌아서지 않는 한 박근혜 정부 임기에 의미 있는 남북대화가 성사되기 어렵다는 신호였다.

○ “지금은 민생 교류 협력 추진할 때 아냐”

홍용표 통일부 장관(앞)이 22일 탈북 학생, 한국 학생 150여 명과 
함께 서울 강북구 인수중학교 담벼락에서 ‘기차 타고 서울에서 파리까지 수학여행을 떠나요’라는 주제로 통일 염원을 담은 벽화 그리기
 작업을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홍용표 통일부 장관(앞)이 22일 탈북 학생, 한국 학생 150여 명과 함께 서울 강북구 인수중학교 담벼락에서 ‘기차 타고 서울에서 파리까지 수학여행을 떠나요’라는 주제로 통일 염원을 담은 벽화 그리기 작업을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홍 장관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면 남북대화가 가능하냐’는 질문에도 “자꾸 대화할 거냐 말 거냐고 많이 묻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대화 여부가 아니라 비핵화 여부”라고 강조했다.

홍 장관은 “6자회담이 북한 비핵화 차원에서 의미가 있지만 지금은 북한이 과거와 달리 비핵화를 위해 협상하겠다는 제스처나 의사가 전혀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6자회담을 하자는 얘기는 결국 우리가 북한에 매달리는 꼴밖에 안 된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남북정상회담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다만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실질적 지원의 방식과 시기를 상황을 보며 검토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 “북한 우방도 북한과 교류 꺼리고 제재 참여”

“북한 당 대회 문건을 읽으면서 ‘야,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까’라고 느꼈다.”

홍 장관은 “김정은이 당 대회에서 1950년대에 나와 1960, 70년대에 사라진 ‘쁠럭불가담’(동서 어느 한쪽의 진영에 가담하지 않는다는 비동맹운동) 강화를 21세기인 2016년에 얘기한다는 것은 북한이 얼마나 세계 흐름에 뒤떨어져 있는지 보여 준다”며 이렇게 말했다. 글자 그대로 북한이 지금 기댈 데가 없는 고립 상태임을 보여 주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홍 장관은 “실제 현실에서는 비동맹 진영이라는 국가들마저도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제재 이행에 참여하고 있다”며 “당 대회 뒤에 중국이 국제 조류에 부합하라고 한 것은 아주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공개적 언급은 꺼리지만 북한과의 교류 협력을 부담스러워하는 국가들이 있다”고 대북 제재 효과를 설명했다.

○ “평화협정 하나 맺는다고 평화 안 이뤄져”

홍 장관은 “당 대회가 장기적으로 김정은 체제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립된 북한이 얼마나 갈 것으로 보느냐’고 묻자 “얼마나 버틸 수 있다고 제가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처럼 80대, 60대까지 마음대로 끌고 가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예단할 수 없지만 그렇게 되지 않도록 북한을 변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장관은 “북한 변화와 북핵 포기의 목표는 한반도 평화, 나아가 평화통일”이라면서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고쳐야 하고 평화체제를 위해서는 평화협정이 있어야 한다는 도식적 경향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평화협정 하나 맺는다고 평화가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평화협정’ 카드를 내세우고, 이에 대한 국내의 우려가 나오는 것에 대한 대응이다. 홍 장관은 “북한이 얘기하는 평화협정은 다르다”고 강조한 뒤 “이번 당 대회에서 북한이 평화협정과 함께 주한미군 철수를 얘기했기 때문에 그것이 문제가 많다는 점이 확실히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 “교역보험 커버 안 되는 부분 정부 지원”


북한은 2월 개성공단 폐쇄를 선언하면서 개성공단 일대를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했다. 개성공단 폐쇄 100일을 맞은 이날 홍 장관은 “현재까지는 북한이 군사적으로 이용하지는 않는 것으로 본다”며 “북한이 스스로 공장을 돌릴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공단을 섣불리 건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르면 이번 주 발표할 개성공단 입주 기업 종합지원 대책과 관련해 “(완제품과 원·부자재 피해를 보상하는) 교역보험으로 커버되지 않는 (피해) 부분에 대해서도 기업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기업들이 입은 유동성 자산 피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현실화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홍 장관은 3월 초 북한인권법이 통과될 때를 회상하며 “(국회) 전광판에 반대표가 몇 표 나올까 생각했는데 한 표도 없더라. 사진을 찍고 싶을 만큼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원에서 적응 기간을 거치는 탈북민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위한 북한인권기록센터에 법무부도 참여해 조사 기록의 (법적) 증거능력까지 갖추겠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지난해 5월 통일박람회에서 참가자들과 통일 비전을 얘기할 때 가슴이 뭉클했다”며 “그래서 올해도 27∼2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통일 공감대 형성을 위한 통일박람회를 연다”고 말했다.

정리=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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