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의 군사당국회담 제안 직접 들어보고 판단해도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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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최근 제7차 당 대회에서 남북 군사당국회담의 필요성을 제기한 이후 북한이 연일 파상적인 평화 공세에 나서고 있다. 북은 22일 조평통 서기국장 담화를 통해 ‘핵 포기’ 같은 전제 조건을 내세우지 말고 대화와 협상에 나올 것을 우리 정부에 요구했다. 앞서 21일엔 인민무력부 명의의 대남 통지문에서 “군사당국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 접촉을 5월 말 또는 6월 초에 편리한 날짜와 장소에서 가질 것을 제의한다”고 했다. 북 국방위원회는 20일 공개서한에선 “군사당국회담 제안은 나라의 평화와 민족의 안전을 위한 최상 최대의 현실적 방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본보 인터뷰에서 “핵개발을 계속하고 김정은 권력을 이어가기 위한 면피용”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비핵화 얘기 없이는 진정한 평화를 위한 대화가 어렵다는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북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압박으로 코너에 몰리게 되자 국제 공조에 균열을 내고 남남갈등을 유도하기 위해 국면 전환용으로 대화 카드를 꺼냈을 것이다.

북의 의도는 뻔해 보이지만 대화 제의를 즉각 거부하는 것이 최선인지에 대해선 보다 깊은 전략적 검토가 필요하다. 북 국방위원회는 “북남 군사당국 간 의사 통로가 완전히 차단돼 있고 서로 총부리를 겨눈 상태에서 전쟁 국면이 지속된다면 예상치 않았던 무장충돌과 그로 인한 전면전쟁 발발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은 2월 개성공단 문을 닫을 때 폐쇄한 군 통신선을 통해 이번에 통지문을 보내왔다. 협박 의도가 담겨 있긴 하지만 어떤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남북 간에 대화 채널이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낫다.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대화의 문을 걸어 잠그겠다는 정부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현실적이지 않다. 중국은 물론 미국도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논의의 병행을 검토했다. 당장은 제재에 전력을 쏟아야 하겠지만 적절한 시기에 우리 주도로 대화를 재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북은 “우리의 과감한 실천적 조치들을 곧 보게 될 것”이라며 평화공세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우리 정부가 응하지 않으면 그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북-미 대화를 압박할 수도 있다. 북이 비핵화 등에 어떤 생각인지 직접 들어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남북 군사당국회담#평화 공세#홍용표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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